자동차 산업 지형이 제조에서 서비스로 빠르게 진화하면서 이동성을 의미하는 '모빌리티' 개념이 바뀌고 있다.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이동의 자유를 위한 끊김 없는(Seamless) 맞춤형 서비스로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MaaS가 있다. 'Mobility as a Service'의 약자인 MaaS는 서비스로서의 이동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가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되고 버스와 택시, 철도, 항공, 나아가 도심항공모빌리티(UAM)까지 다양한 모빌리티가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돼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로를 제공한다.
우리 생활의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MaaS의 파급력은 산업 구조를 바꿀 만큼 위력적이다. 이동을 위해 자전거나 자동차 등 개인 모빌리티를 구매하는 대신 '구독'하면 된다. 버스와 택시는 호출하거나 공유하고, 철도와 항공까지 연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출발지와 목적지만 입력하면 최단 시간과 최소 환승 방법을 검색하고 결제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가 조성된다.
◇MaaS, 모빌리티 산업 지형 바꾼다
Maas는 크게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교통수단 이용 요금과 경로 등의 정보를 한 번에 보여주는 '정보의 통합'이다. 2단계는 다양한 교통수단 예약과 승차권 발매, 결제를 할 수 있는 '예약과 결제의 통합'이다. 3단계는 교통수단별 예약과 결제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한 번에 가능한 '서비스 제공의 통합'이다. 4단계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도시 계획과 인프라를 정비하는 '정책의 통합'이다.
시장조사업체 매킨지는 향후 10년간 자동차 산업의 제조업 비중이 70%에서 40%로 줄어드는 대신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1%에서 30%까지 급증할 것으로 봤다. 스태티스타는 올해 1310억달러 수준인 MaaS 시장 규모가 2025년 2304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보고서에서 향후 차량 공유 플랫폼의 MaaS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택시와 렌터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차량 공유를 넘어 대중교통 시장 진출을 통한 추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버와 리프트 등 미국 차량 공유 플랫폼의 자율 주행 사업 매각은 MaaS 플랫폼화를 이끄는 요인이다. 이를 통해 자체 개발 리스크를 낮추고 외부 로보택시 기업 입점을 확대해 새로운 마켓 플레이스로 진화할 수 있다. 자율주행 역시 MaaS 플랫폼 핵심 요인이라는 점에서 로보택시를 포함한 MaaS 플랫폼으로 가치가 확대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MaaS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규제 우려가 존재하나 현재는 제한적인 상황”이라면서 “차량 공유 기사에 대한 법적 지위 문제는 캘리포니아 주민발의 법안 22호(Prop22)를 통해 대부분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세계 각국, MaaS 플랫폼 상용화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다양한 교통수단을 하나의 서비스로 통합, 이동 편리성과 교통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MaaS 플랫폼 상용화를 추진한다. MaaS 산업 초기 기존 교통 산업과 충돌을 일으켰던 규제 리스크가 크게 줄면서 각국 정부는 새로운 입법을 추진하고 관련 기업에 혜택을 주고 있다.
기업은 기술 개발과 인수합병(M&A)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MaaS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완성차 업체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유어 나우'라는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를 설립했다. 일본 토요타도 소프트뱅크와 '모넷 테크놀로지'를 세워 도시철도업체 등 70여 운수기관과 일본판 MaaS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 주도 아래 TaaS 본부를 설립했다. TaaS는 기존 서비스형 물류(Laas)와 서비스형 이동수단(Maas)를 포괄한 상위 개념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이용자 편의 제고를 위해 TaaS 본부를 설립하고 모빌리티 서비스 전략 수립부터 기획·개발·운영까지 사업을 확장한다.
미래형 MaaS 청사진을 제시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핀란드 '윔(Whim)'은 정부 주도 아래, 헬싱키 교통국, 에릭슨, 우버 등이 참여한 모빌리티 서비스다. 윔은 구독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이동 수단을 통합 이용할 수 있고, 지역과 지역을 잇는 모빌리티 통합 운영과 결제 플랫폼을 지향한다.
국내에서 MaaS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대중교통과 연계한 서비스로 빠르게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카헤일링 시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압도적인 호출 플랫폼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통합 MaaS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했다. 티맵모빌리티는 차량용 내비게이션 기술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웠다. 티맵(TMAP)을 기반으로 최근 택시, 주차, 대중교통 등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카셰어링 시장에서는 쏘카가 그린카와 시장을 양분한다. 쏘카는 자사 앱에서 차량 공유 외에도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일레클과 온라인 주차 플랫폼 모두의 주차장 등을 서비스한다.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에 투자하는 등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도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MaaS 시너지
기술 진화와 함께 MaaS 미래 전망은 밝다. 규제 장벽과 기술 한계를 넘어 부분 기술 채용만으로도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택시의 배차 소요시간(ETA)의 획기적인 개선, 주차와 주행 보조 시스템으로 인한 사고율 하락 등은 비용 감소로 이어진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더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MaaS 시장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플랫폼 택시의 효율성 개선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은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추구할 전망이다. 규제와 기술 문제가 해소로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인건비는 물론 가동률 상승, 사고율 하락 등으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자율주행 도입 비용 제약도 크지 않다고 진단한다. 업계는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 운전자를 대체한다는 전제로, 대당 10만달러(약 1억원) 수준의 비용을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자율주행차 구매 후 3~5년 안에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카셰어링 시장 역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2030년경 완전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개인 차량 수요는 2035년 1억대 수준에서 매년 뚜렷하게 축소돼 2040년 7000만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MaaS 플랫폼 가동률의 상승과 서비스 업체의 수익성 개선을 의미한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핵심이자 종착역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이라며 “궁극적으로 플랫폼 업체들은 극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