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 개정안이 시행된지 8개월 째를 맞았다. TV홈쇼핑과 유료방송사간 송출수수료 협상 기간이 모두 끝난 것이다. 대부분 홈쇼핑사들은 협상 마무리 단계로 막바지 조율이 한창이다. 올해 개정 가이드라인 시행 첫 해에도 잡음이 컸던 만큼 업계는 내년을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 기조가 장기화되는 만큼 협상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TV홈쇼핑사들은 유료방송사와 송출수수료 협상을 끝냈거나 세부안 막바지 조율에 들어갔다.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개정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기간이 정해져 있어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가이드라인에선 개정안이 시행 된 3월 16일을 기산으로 기본 협상기간(5개월)과 추가 협상(3개월)을 포함해 8개월을 협상 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일부 협상에 진전이 없는 사업자들도 있다. 협상 기간이 종료되면 대가검증협의체가 자동으로 열릴 수 있지만 양측이 모두 협의체 가동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대가검증협의체가 열리면 서류 제출부터 복잡한 단계를 거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어서다. 협상을 완료하지 못한 사업자들은 내년으로 계약 체결이 미뤄질 공산도 크다.
홈쇼핑사들은 올해 송출료 협상이 마무리되더라도 내년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당장 대가산정식부터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홈쇼핑 측은 올해 개정 가이드라인 시행에 따라 대가산정식에 물가상승률과 조정계수를 빼기로 했지만 막상 협상에선 이 같은 산식이 모두 반영됐다.
개정 가이드라인 제11조에서 방송상품 취급고 증감과 가입자수 변동 등 객관적 데이터만 남기고 모바일 취급고와 시청데이터 등 정성적 요소는 적정범위를 합의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급격한 송출료 인상 요인으로 꼽혔던 물가상승률과 조정계수는 고려요소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일부 사업자들은 물가상승률과 조정계수(100~120%)를 여전히 대가산정식에 포함하고 있다. 양측의 합의로 정하도록 한 단서 조항을 따랐다는 주장이다.
홈쇼핑사들은 협상 주도권을 쥔 인터넷TV(IPTV)가 대가산정식을 제시하면 이를 기반으로 한 협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IPTV는 전체 유료방송사업자 중 57%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전체 협상에서 기준으로 삼는 관행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 IPTV 3사는 모두 조정계수와 물가상승률을 대가산정식에 넣고 협상을 제안한다”면서 “개정가이드라인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탓에 홈쇼핑업계는 올해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분위기가 어둡다. 내년 송출수수료 협상은 올해보다 더 큰 난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PTV 3사의 경우 지난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7개분기 연속 1조원을 돌파한 반면 홈쇼핑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년 물가 인상과 고정비 증가에 따라 과도한 송출수수료를 감당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IPTV가 인상률을 줄여 낙수효과를 일으켜야 전체 유료방송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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