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트북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6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코로나 특수를 타고 공급을 늘려왔던 외산 업체들이 대대적인 재고 관리에 들어가면서 출하량이 급감했다. 전반적인 부진 속 LG전자는 유일하게 출하량을 늘리며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취했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국내 노트북 시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노트북 출하량은 약 59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8%가량 줄었다. 지난해 2분기를 시작으로 6개 분기 연속 역성장이다.
3분기 부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노트북 수요 둔화 영향이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노트북 구매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요 상당 부분이 충족된 데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하락하면서 노트북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여기에 시장 성장을 견인하던 공공·교육 분야 노트북 구매 사업이 대부분 종료되면서 반등 모멘텀도 잃었다.
코로나 특수를 타고 공격적으로 공급을 늘려왔던 외산 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수요 부진에 따라 재고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출하량이 일제히 급감했다.
시장 3, 4위를 달리는 애플코리아와 한국레노버는 지난해 3분기 나란히 10만대 이상씩을 출하했지만 올해는 각각 5만8000대, 5만대를 공급하며 반 토막 났다. 지난해 시장 2위까지 치고 올라왔던 에이수스코리아는 1만9000대 출하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65.4% 줄었다.
시장 1위인 삼성전자 역시 수요 둔화와 재고 관리 등 영향으로 3분기에 22만2000대를 출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노트북 업체 중 유일하게 LG전자가 출하량을 늘리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3분기 LG전자의 노트북 출하량은 15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다. 통상 4분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재고 소진을 위해 공급을 늘리지 않는 것을 고려할 때 수요 회복에 대한 믿음과 판매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외산 업체가 부진하면서 삼성과 LG 양강 구도가 다시 견고해지는 모양새다. 올해 3분기 두 회사 합산 출하량 점유율은 62.7%로, 지난해 같은 기간 53.3% 대비 9.4%포인트(P) 증가했다. 직전분기인 2분기(60.3%)와 비교해도 2.4%P 늘어나며 외산 업체의 약세 속에서 삼성·LG '2강' 체제는 더욱 굳어지는 추세다.
노트북 업계는 4분기 신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내년 초 아카데미 시즌까지 이어질 성수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노트북을 구매했던 대다수 고객의 제품 교체 시기도 내년부터 보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PC업계 관계자는 “연말부터 신형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 신제품이 출시된 데다 신학기를 맞아 구매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반등 기회가 될 것”이라며 “내년엔 교육 분야에서 굵직한 사업은 눈에 띄지 않지만 코로나 특수 때 구매한 고객의 교체 수요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