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신임 대표이사에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이 선임됐다. 정 사장은 LG이노텍을 역대 최고의 위치에 올린 최고경영자다. 중대 전환점에 서 있는 LG디스플레이를 부활시키기 위해 LG그룹이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입증한 핵심 인사를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 고객인 애플과의 비즈니스 강화와 시급한 8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가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디스플레이공정·애플 전문가
LG디스플레이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정철동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하는 내용의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정 사장은 1984년 LG반도체로 입사한 뒤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담당 상무를 거쳐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기술센터장과 최고생산책임자(CPO·부사장)을 역임했다.
2017년 사장으로 승진해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을 지낸 뒤 2019년부터 LG이노텍 대표가 됐다.
정 사장은 LG이노텍 대표를 맡아 회사를 그룹 내 최대 소재·부품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21년과 2022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영업이익도 연속 1조원을 넘겼다.
LG이노텍은 전자부품 전문 기업이다. 특히 카메라 모듈이 핵심이다. 듀얼 카메라, 트리플 카메라, 폴디드 카메라 등 애플이 신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LG이노텍이 독점적으로 생산했다.
애플의 공급 다변화 전략과 업계 치열한 납품 경쟁 속에서도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오히려 LG이노텍이 없으면 아이폰을 만들지 못할 정도의 위상을 만들었다.
정철동 사장이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건 디스플레이에 대한 경험과 탁월한 경영능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큰 부침을 겪고 있다. 그동안 전략적으로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육성했지만 시장 개화가 더디다.
그 사이 중소형 OLED는 빠르게 확산, 대형을 위주로 한 LG디스플레이는 대처가 늦었다. 또 액정표시장치(LCD)는 중국 공세에 밀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4분기 흑자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올해도 연간 적자가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의 근본적인 사업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전환점을 마련하라는 중책을 정철동 사장에게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LGD, 8세대 투자 속도내나
부활의 핵심 과제는 애플과의 비즈니스 확대다. 애플은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 최대 고객사다. 특히 애플이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 맥북에도 OLED 탑재를 추진하고 있어 LG디스플레이의 대응과 선점이 중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서는 8세대 OLED 투자가 필수다. 8세대는 유리원장 크기를 의미한다. 기존 6세대 대비 원장 한 장에 2배 이상 많은 패널을 만들 수 있다.
생산 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경쟁사가 큰 원장으로 패널을 생산하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8.6세대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아이패드 OLED는 기존 6세대 원장 기반이지만, 맥북은 8세대 원장으로 생산된 패널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BOE와 CSOT도 8세대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팀을 꾸리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G디스플레이가 8세대를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을 거치면서 쌓은 애플과의 비즈니스 역량을 활용해 8세대 OLED 투자 논의를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 생산공정 출신으로, LG이노텍에서도 애플과 카메라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해왔다”면서 “애플과 8세대 IT OLED 투자 관련 협상을 위해 담판을 지을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