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가 홍보 영상 속에 숨겨진 손가락 모양 찾기로 발칵 뒤집어졌다. 게임 홍보 영상 외주를 주로 맡아온 한 중소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한 여러 콘텐츠에 한국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집게 손' 모양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공들여 만든 게임을 한 순간에 이용자로부터 외면받게 하는 사실상 '테러행위'와 다름없는 만큼 법적 조치 등 강경 대응까지 예고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과 카카오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등 주요 게임사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게 손 논란이 확산되자 빠른 사과 공지와 함께 즉각적인 진상조사에 나섰다. 주말 새벽부터 담당 팀이 회사로 출근해 프레임 단위로 영상을 살펴보며 긴급 대응을 한 결과 문제 소지가 있는 요소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넥슨은 최근 대규모 업데이트로 이용자로부터 호평받은 장수 게임 '메이플 스토리'와 4년만에 오프라인 페스티벌 행사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은 '던전앤파이터, 국내를 넘어 일본 서브컬처 시장까지 공략한 '블루 아카이브' 등 핵심 타이틀이 논란에 휩싸였다.
김창섭 넥슨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긴급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관련된 모든 영상을 내렸고 이를 활용한 마케팅도 중단한 상태”라며 “현재 모든 팀원이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의 중심에 선 외주 제작사는 국내 게임 홍보 영상 분야 톱클래스로 유명한 '스튜디오 뿌리'다. 넥슨 이외에도 스튜디오 뿌리가 외주 작업을 맡은 카카오게임즈 '이터널 리턴', 네오위즈 '브라운 더스트2',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과 '아우터플레인' 등 다수 게임으로 파장이 확산되는 추세다. 중국 게임사인 미호요 '원신'도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스튜디오 뿌리에 소속된 한 팀장급 인사는 앞서 지난해 트위터(엑스)를 통해 “은근슬쩍 페미를 계속해줄게”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해당 글이 커뮤니티를 통해 재조명되고, 게임 홍보 영상 프레임 사이에 교묘하게 숨겨진 혐오 상징이 발견되며 현 사태가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뿌리 측은 사과 입장문을 통해 “의도하고 넣은 동작이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게임업계의 대응을 '사상검증'으로 규정하고 젠더갈등으로 확전하려는 동향이 나타나면서 사태 진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유사한 논란으로 불매운동과 이용자 이탈 등 극심한 진통을 반복적으로 겪어 온 게임업계는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을 선포했다. 특히 내부 구성원이 아닌 외주 계약을 맺은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홍보 영상이 게임 서비스에 치명적 손실을 주는 문제를 일으킨 만큼 재발장비를 위해 계약 관계와 작업 관행 전반을 대대적으로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사 관계자는 “젠더 갈등 이슈는 수년전부터 게임 분야 핵심적인 리스크 관리 요인으로 부상했으나 이번 사태는 주 이용자층을 대상으로 한 반사회적 혐오 표현을 발주사도 모르게 숨겨 놓았다는 점에서 더 충격을 줬다”며 “이용자 신뢰 회복을 위해 진상 조사가 마무리되면 단호한 대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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