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김영섭 KT 첫 조직개편…비서실 축소 등 슬림화·전문성에 초점

KT
KT

김영섭 KT 대표의 첫 인사·조직개편이 베일을 벗었다. KT는 '고객의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디지털 혁신 파트너' 비전을 바탕으로 사업조직·지원조직·현장조직 구분을 명확히 했다. 김 대표는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실용에 방점을 찍었다.

약 100여명 이상 임원을 내보낸 자리는 조직 화합을 고려해 내부 인사로 채우는 동시에, 디지털전환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AWS 출신 등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한 점도 특징이다.

◇CEO지원담당(비서실) 대신 비서팀으로 축소…권위 내려놓고 조직 슬림화 의지

2024년 KT 조직개편에서 CEO지원담당은 비서팀으로 재편됐다. 기존 전무급이 맡던 보직을 상무보 또는 부장이 맡아 최소한의 의전·일정관리만 챙기도록 했다. 그동안 KT는 국민기업을 표방하면서도, CEO가 비서실을 통해 권력과 의전을 집중시키며 재벌 오너그룹처럼 운영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김 대표는 비서실 축소를 통해 솔선수범해 권위주의를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방침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상무보 이상 임원을 20% 축소한다. 상무 이상 임원은 98명에서 80명으로, 상무보는 기존 312명에서 264명으로 슬림화했다.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 AI·DX 부문 등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인 조직은 과감히 재편하거나 해체했다. 본사 스탭 조직인 CSO(최고전략책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CHO(최고인사책임자) 등을 CEO 직속으로 편제하고 경영지원 기능을 더욱 체계적으로 조직화했다는 설명이다.

KT는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통해 준법경영을 강화하고, 대내외 신뢰회복과 함께 장기적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잘하는 통신(CT)은 내부인사, IT는 외부 전문가 영입

이번 KT 인사는 사실상 부문장급·C레벨 전원을 교체할 정도로 폭이 컸다. 사업조직에선 KT가 잘하는 통신기술(CT) 경쟁력을 기반으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더 찾겠다는 김 대표 의지가 반영됐다.

통신·기업·네트워크 분야에서는 기존 인재를 발탁했다. 핵심 변화로 기술혁신부문(CTO)을 신설,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커스터머부문장에 직무대행 역할을 하던 이현석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다. 전략·신사업부문장에 신수정 전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등 기존 인사가 임명됐다.

이번 조직개편 키포인트이자 핵심 보직인 기술혁신부문장으로는 오승필 부사장을 영입했다. 오 부사장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현대카드·커머셜을 거친 IT전문가다. KT그룹의 IT·AI 거버넌스 체계 수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기술혁신부문 산하 KT컨설팅그룹장에는 정우진 전무를 영입했다. 정 전무는 삼성SDS,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 등을 거쳤다. IT 역량을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김 대표 의지가 반영됐다.

kt 주요임원 프로필
kt 주요임원 프로필

◇지원조직 독립성 강화

지원(스텝)조직은 경영기획부문·경영지원부문 등에 묶여있던 기능을 분리시켜 독립성을 강화했다. 우선 KT의 실질적 2인자 조직 역할을 하던 경영기획부문은 폐지했다. 전략실(CSO), 재무실(CFO), 인재실(CHO), 경영지원부문(CSHO), 감사실을 각각 독립시켰다.

CSO는 다년간 전사경영전략 수립 경험이 있는 박효일 전무(전 KT고객경험혁신본부장)를 임명했다. CFO에는 그룹 내 재무 분야에서 경험과 더불어 BC카드, 케이뱅크 등 금융 그룹사에서의 CFO 경력을 보유한 장민 전무(전 케이뱅크 경영기획본부장)를 임명했다. CHO에는 인사와 기업문화, 커뮤니케이션 전략 부서를 두루 거친 고충림 전무(전 KTIS 경영기획총괄)를 각각 승진 임명했다. 법무실장에는 이용복 부사장을 영입했고, 감사실장은 추후 발표 예정이다.

CSHO 역할 강화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CSHO는 전략기획기능을 전략실에 이관했지만, 홍보, 정부·국회 대외협력, 구매, ESG 기능을 재편했다. MB 특보 출신 임현규 부사장을 영입, 대외 소통을 강화하려는 행보다. 기존 KT경제경영연구소는 폐지되고, 대외전략 연구기능이 CSHO로 재편됐다.

광역본부는 한때 해체까지 언급됐지만, 오히려 기존 6개에서 7개로 분리됐다. 현장 영업과 네트워크 운영에 있어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영섭 KT 대표는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는 KT가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객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KT 그룹 임직원과 함께 총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