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년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부쩍 많아졌다. 자신이 누구를 돕고 있다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고, 직접 플레이어로 나선 인물도 있다. 회의장과 국정감사 등에서 만났던 보좌진이 일을 그만두고 사실상 예비후보처럼 돌아다니는 일도 있다.
도전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역 의원들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이 몇 없으니 그들은 대부분 다음 총선에 도전한다고 보면 된다. 여야의 정치 상황은 각각 다르지만 내년 총선을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된 셈이다.
이들로부터 기자가 받는 질문은 비슷하다. 계파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무엇인지, 지도부 분위기 등은 어떤지 등등이다. 몇 몇 사례로 본 야댱의 분위기는 이렇다.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최근 예비후보자의 경력에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나 '이재명 당대표실' 등의 이름이 섞인 직함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내 경선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공정성 확보가 제대로 될 지 의문이다. 일부 지지자들은 벌써 비명(비 이재명)계 살생부 명단을 돌리고 있다. 살생부에는 이들에 대적하는 친명(친 이재명)계를 반드시 명시한다. 마치 자객공천이 연상된다. 일각에서는 지역구에서 여론조사까지 돌린다. 친명계를 공천해야 하는 이유를 여론조사를 통해 후방에서 지원하는 셈이다. 현역 의원이 친명인 지역구에서는 사실상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잇따르는 설화도 문제다. 첫 번째는 현수막이었고, 두 번째는 '암컷' 논란이었다. 사태가 가라앉지 않자 당의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이 사과했다. 이재명 대표도 입장을 냈다. 당사자가 빠르게 고개를 숙이면 금방 끝날 일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사태가 더욱 커진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일부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언급했다. 자중해 달라는 당내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발언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암컷 발언 당사자는 아직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친명으로 분류된다. '이재명을 지키겠다'는 친명들이 오히려 이 대표가 직접 교통정리를 해야 할 만큼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곤란하게 만드는 셈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를 만나 “도대체 친명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진정한 친명이 아닌 '친명 호소인'이 많은 탓으로 보인다. 또 총선 승패에 달린 이 대표의 정치적 미래보다 자신의 당선이 무엇보다 중요한 탓이리라. '선당후사'를 외치는 이는 없고, '선사후당'만 난무한다. 친명의 고리는 생각보다 느슨해 보인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