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압류된 이더리움 가상자산을 추심에 갈음해 매각하고 현금화하라는 취지의 특별현금화 명령을 내렸다.
대법원이 음란물유포 피고인의 범죄수익은닉 사건에서, 피고인이 보유한 가상자산에 대해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게 2018년 5월이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이후 가상자산에 대한 법리는 계속 쌓였지만(예컨대 가상자산은 횡령죄나 배임죄의 객체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등),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에 대해서는 뚜렷한 실무적 발전이 없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특별현금화 명령으로 이제는 물꼬가 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8년 가상자산 거래소 해킹 사건으로 피해를 본 다수 이용자는 거래소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 등을 제기했고, 해킹된 가상자산이 발견돼 피해자들은 이에 대해 채권 기반의 압류를 걸었고, 이후 몇 차례 중간 재판을 거쳐 최종적인 서울중앙지방법원 결정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특별현금화명령을 내리며, 매각방법에 대해서는 매각일의 시장가격 등 적정한 가격으로 가상자산 사업자, 예컨대 거래소를 통해 매각하는 방법으로 현금화하도록 했다. 이때 매각일의 시장가격은 공개된 거래소에서 형성된 시가를 의미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결정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민사상 강제집행에 대한 첫 단추가 끼워진 것은 분명하나, 이 결정을 가상자산에 대한 무제한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보아서는 안된다.
강제집행 대상 재산은 채무자가 관리하는 가상자산이 아니라,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해 가지는 가상자산 반환청구권 또는 가상자산 지급청구권이다. 알다시피 가상자산은 공개키와 개인키로 구성돼 있고, 비밀로 관리되는 개인키의 정보를 집행관이 알아야 전송하고 따라서 집행관의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즉, 개인키가 확보되지 않으면 강제집행은 불가능한 데, 서울중앙지방법원 결정은 가상자산 자체가 아니라,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해 가지는 가상자산 반환청구권 또는 가상자산 지급청구권에 관한 것으로 이런 문제가 없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결정은 압류된 가상자산을 강제집행해 채권자에게 배분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현금화가 필요한 데, 오히려 현금화 방식에 관한 것이다. 현금화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먼저 제3자에게 동결돼 있던 가상자산을 집행관에 인도하라는 인도명령을 내렸다. 이후 집행관에게 가상자산이 인도됐음을 확인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채권추심에 갈음해 그것을 가상자산 사업자, 예컨대 거래소를 통해 '시장가격 등 적정한 가액'으로 매각할 것을 명령했다. 즉,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시장가격으로 매각하는 방법을 현금화 방법으로 지정한 것이다. 현금화가 완료되면 다수 채권자에 대한 배당절차가 있을 것이고, 이로써 사실상 강제집행은 종결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결정은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이전에는 유사 사례가 없었던 최초 사례다. 현행 민사집행법을 유지한 채로, 가상자산의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결정은, 필자가 담당했던 사건이지만, 재산적 가치가 있는 가상자산을 통한 채권자의 만족이 얼마든지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매우 유의미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