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스페인 알미랄(Almirall), 베링거인겔하임, 일본 아스텔라스가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기업과 잇달아 손을 잡으면서 AI 신약개발 돌풍이 일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내년부터 정부 주도 연합학습기반 AI신약개발 과제인 'K-멜로디 프로젝트' 참여를 앞두고 있다. 혁신성에 속도감까지 더한 신약개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스트라제네카는 AI를 이용한 신약개발과 표적발굴을 전문으로 하는 앱사이(Absci)와 암 치료용 항체 플랫폼 발굴에 나섰다. 계약 규모는 최대 약 2억4700만달러(약 3250억원)다.
앱사이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만개 단백질과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측정해 항체를 찾아낸다. 항체가 표적에 효과적으로 결합하는지 AI로 데이터를 도출해 임상시험 기간을 앞당긴다.
앱사이는 스페인 피부질환 전문 제약사 알미랄과 최대 6억5000만달러(약 8534억원) 규모 계약도 맺었다. 알미랄은 처음으로 AI 기반 의약품 개발에 나서면서 앱사이와 손잡았다. 2개 피부질환 표적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 앱사이 AI 기술을 적용한다. 최소 6주 안에 AI로 항체를 도출하고 실험실 검증까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최근 IBM과 AI 기반 항체신약 발굴을 위한 플랫폼 사용 계약을 맺은데 이어 캐나다 AI 기업 페노믹AI와 기질(stroma)이 많은 암을 타깃한 새로운 표적 후보물질 개발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됐다. 총 5억900만달러(약 6682억원) 규모 옵션 계약이다.
일본 제약사 아스텔라스 자회사인 사이포스 바이오사이언스(Xyphos Bioscience)도 페노믹AI와 고형암 기질을 표적한 신규 타깃 항체 개발을 위해 손잡았다. 계약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페노믹AI는 AI와 머신러닝 기반 플랫폼으로 단일세포 RNA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암세포 기질을 표적하는 식약 후보물질을 식별해낸다.
연구에 따르면 통상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 기간과 1조원 안팎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면서도 정작 성공 확률은 3만분의 1에 불과하다. AI를 활용하면 빅데이터로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임상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연구개발 비용은 약 60% 줄이고 소요 시간도 2년 6개월 정도 단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화이자는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하는데 AI를 활용해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백신 개발 일정을 10.8개월로 줄였다.
우리 정부는 내년부터 분산형 연합학습 환경 기반에서 AI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K멜로디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기업·기관 등이 보유한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지 않고도 연합학습 기반으로 다수 참여 기관 데이터를 학습해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내년부터 5년간 총 348억원 예산을 투입하며, 내년 예산은 35억원(복지부·과기부)이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국내 제약사는 AI 모델을 활용할 인력, 인프라, 데이터 가공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K-멜로디 프로젝트가 제약기업 AI 도입을 촉진하는 도화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세계 AI신약개발 시장은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45.7% 성장해 2027년 40억350만달러(약 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AI신약개발 시장 규모는 명확하지 않으나, 작년 기준 AI 신약 개발사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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