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삼성전자에서 미래 먹거리 확보 역할을 맡았던 임원을 중앙연구소장에 임명했다. 중앙연구소는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곳이다. 삼성전기가 추진하는 서버·전장 부품을 비롯한 로봇·항공우주·친환경 에너지 등 신사업 가속화가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정기 임원 인사에서 주혁 삼성전자 부사장을 영입해 중앙연구소장으로 보직 발령했다. 주 부사장은 삼성종합기술원(현 SAIT)에서 디바이스&시스템연구센터 담당 임원을 지냈고,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에서는 신사업TF장을 맡았다. 미국 코넬대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지난 10월 열린 '삼성 시스템LSI 테크데이 2023'에서는 삼성 바이오 센서를 활용한 의료용 반도체 '메디컬 휴머노이드'를 소개한 바 있다.
삼성전기는 주 부사장 영입으로 신사업을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그동안 미래성장동력 찾기에 주력해왔다.
지난 3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기존 스마트폰과 IT 분야에서 탈피, 전장부품 사업 확대에 나서는 한편 로봇과 에너지 등 신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초일류 부품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10월에 개최된 '전자신문 테크서밋 2023'에 기조 연설자로 나서 차세대 전자 산업을 이끌 메가트렌드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과 항공우주, 에너지 분야 등을 꼽고 이 분야에 삼성전기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 부사장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신사업TF 장을 맡고, 구체적인 메디컬 휴머노이드 제품까지 발표한 적이 있는 만큼 삼성전기에서 추진할 신사업 아이템이 주목된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사장단 인사에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했다. 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비즈니스 개발그룹을 만들었다. 비즈니스 개발그룹은 DX 부문 신사업 발굴 컨트롤타워다. 현재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신규 사업을 찾겠다는 의지가 그룹 전체에 엿보인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올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성장 중인 자동차 전장 분야로 사업 영토를 확장시켰는데, 내년 또 다른 신사업 개척이 주목된다. 장 사장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 사업담당팀을 꾸리며 전장 사업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초에는 전자소자팀을 전자소자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삼성전기가 부품 전문 회사인 만큼 휴머노이드 로봇에 들어가는 카메라와 센서, 각종 구동 부품과 에너지 분야에 진출할지 주목된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