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 사전규제' 추진…업계 “EU와 상황 다른데, 토종기업 고사할 것”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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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 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 유럽연합(EU)이 외국 플랫폼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디지털시장법(DMA) 방식을 국내 도입, 네이버·카카오 등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규정해 사전 규제한다. EU와 달리 자국 플랫폼 기업을 둔 우리나라에 고강도 사전규제가 도입되면, 토종 플랫폼 산업 혁신이 막혀 국내 시장을 내주고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19일 국무회의에 플랫폼 경쟁 촉진법 내용을 '토의 안건'으로 상정해 과기부·방통위·기재부 등 관계 부처와 논의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 촉진법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 등과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은 매출액·이용자 수·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해 소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 지정한다. 또 자사 플랫폼 이용자가 타사 플랫폼 이용하는 '멀티호밍'을 허용한다. 구글의 경우, 게임사들에 구글플레이를 통해서만 게임을 출시하라는 요구를 할 수 없게 된다. 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타사 플랫폼보다 유리한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최혜대우'도 제한된다. 이 외에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을 금지하고 공정거래법보다 상향된 과징금을 부과한다.

공정위는 당초 윤석열 정부가 공약했던 플랫폼 자율규제 원칙과 반대로 EU가 시행하는 DMA와 유사한 고강도 사전규제를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U DMA는 연 매출 75억유로·시가총액 750억유로 등 요건을 충족하는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한다. 자사우대 금지, 이용사업자의 판매 자율권 허용 등 규제를 어기면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빅테크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EU는 DMA를 통해 미국·중국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과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소상인 단체와 플랫폼 업계는 '플랫폼 경쟁 촉진법'의 국무회의 안건 산정을 앞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들은 “온라인 플랫폼 거래가 경제와 일상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데다가 독점이 심화되면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과 소비자 기망 행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에 집중된 개인정보의 이용·관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플랫폼 업계는 “EU가 DMA로 알파벳·아마존·애플·바이트댄스·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빅테크를 사전 규제는 것은 자국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려는 것”이라며 “인공지능(AI) 경쟁 시대에 국내 플랫폼들이 여전히 성장해야 하는데 사전규제로 혁신 시도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자국 플랫폼 기업을 보유한 한국은 우리나라만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