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② 김헌영 강원대 총장 “강원 1도 1국립대학 통합 혁신모델…춘천·강릉·원주·삼척 캠퍼스, 지역별 특성화”

김헌영 강원대 총장이 글로컬대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이 글로컬대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26년 강릉원주대 통합, 본격적인 글로컬대학 닻 올려
국내 최초 대학 간 ‘공유·연합·통합’ 복합형 통합모델 구현
춘천-정밀의료·빅데이터, 강릉-해양·바이오·신소재
원주-디지털 헬스케어, 삼척-액화수소·재난방재
장기적 대입 정책과 고등 교육 혁신에 나서야 할 시점

“2016년 총장 취임 이후부터 꾸준히 추진한 '강원 1도 1국립대학'이라는 과제가 글로컬대학과 만나 좋은 결과를 이뤄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가 고등 교육의 좋은 사례를 만들어 지방 소멸 등 문제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강원 도민의 응원과 격려, 조언 등을 바탕으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습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을 지난 11일 강원대 대학본부 총장실에서 만났다. 글로컬대학 선정 후 더욱 바쁘게 뛰고 있는 김 총장은 “강원대는 지역과 함께하는 지역대학 역할로, 통합형 지역 동반성장형 글로컬대학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강원대와 강릉원주대가 통합하지만, 각 지역에 있는 캠퍼스 특성을 살려 지역 밀착형 커리큘럼 등을 만들고 지자체 산업과 연관된 분야를 특화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 총장에게 글로컬대학 준비 과정, 강원대의 글로컬대학 전략, 지방소멸 위기 대안,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 일답.

▲2026년부터 강원대가 글로컬대학으로 본격적인 닻을 올린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글로컬대학 준비 계획을 듣고 싶다.

-강원대는 강릉원주대와 공동으로 '강원 1도 1국립대학' 혁신모델을 추진한다. 2026년 통합교명 강원대학교로 새롭게 출발할 예정이다. 현재 대학전환위원회와 글로컬대학추진사업단을 통해 세부사항들을 준비한다. 현재 우리대학은 춘천과 강릉, 원주, 삼척의 4개 캠퍼스 특성화와 혁신적 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해 캠퍼스 간 협력체계 마련, 지역 중심의 교육과 연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2월까지 실행계획서를 수정 및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컨설팅을 통해 제시된 피드백과 지역사회 및 산업체의 요구사항, 대학 교육과 연구 목표 등을 반영해 계획을 구체화 한다.

▲'강원 1도 1국립대' 모델을 혁신의 중요한 기반으로 구상한 이유는.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무조건 대학의 수를 줄이는 것도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신 하나의 방식으로 지방의 대학이 공유 대학 시스템으로 나가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국립대는 학문의 다양성, 미래 변화에 따른 학문의 대응 등 모든 학문의 기초 분야를 보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한 도에서 여러 대학이 국립대 역할로 경쟁하지 말고 각자의 역할을 맡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지방 국립대는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강원대가 그런 모델이 돼야 한다.

▲강원대의 차별화된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글로컬대학 중 강원대만의 강점은.

-강원 1도 1국립대학 모델은 국내 최초의 대학 간 '공유·연합·통합'의 복합형 통합모델이다. 춘천·강릉·원주·삼척 4개 캠퍼스의 특성화를 통해 지역사회와 상호작용을 강화한다. 지역 중심의 혁신적 연구를 진행해 강원대만의 차별화된 브랜드를 구축할 것이다. 특화분야를 공유하고,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연합하며,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부분은 통합하는 방식으로 각 캠퍼스 특성을 살려 지역중심 대학으로 발전할 계획이다. '캠퍼스 총장제'를 도입해 각 캠퍼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해 캠퍼스별 특성화 전략을 통해 지역 맞춤형 성장동력을 제공한다. 지역 사립대학까지 포함한 지역혁신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② 김헌영 강원대 총장 “강원 1도 1국립대학 통합 혁신모델…춘천·강릉·원주·삼척 캠퍼스, 지역별 특성화”

▲강원대만의 지역 기반 특성화 교육을 소개해 달라.

-우리대학은 '통일한국의 중심대학'이라는 비전 아래, 강원도의 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강원지역의 자연환경과 핵심산업을 연계한 농축산업, 산림, 환경, 신재생에너지 등이다. 춘천·강릉·원주·삼척 각 캠퍼스는 '정밀의료·빅데이터', '해양·바이오·신소재', '디지털 헬스케어', '액화수소·재난방재' 등 강점 분야를 특성화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산업 발전에 기여하려 한다.

▲글로컬대학 선정 이후 교육과정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학생들은 캠퍼스 이동 없이도 온라인 원격교육시스템과 LRS(Learning Record Store) 공유대학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각 캠퍼스별로 특성화된 전공교육과 실무교육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다양한 진로와 전문적인 교육 기회를 경험한다. '탑클래스 통합학과'와 '지역특성화 계약학과' 등을 통해 핵심 교과목을 공유하고, 각 캠퍼스별로 특화된 전공 및 실무 교육을 운영한다. 산업계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학생들에게 실무 중심 교육과 프로젝트 협업을 제공한다. 산업체 및 지역 혁신기관과 협력해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A(Joint Appointment) 교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체 전문가들이 대학 교육과정에 참여해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지식 전달에 기여하고, 학생들에게 현장감 있는 교육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에 대한 교육 혜택도 더욱 확대한다. 다양한 장학제도 및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학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4개 캠퍼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방안 중 하나인 '공동 원격 교육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현재 강원대는 학생들이 4개 캠퍼스 간 개설되는 교과를 선택해 수강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기반 LRS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AI 기반으로 LRS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연결해 학생들이 어느 캠퍼스에 있더라도 동일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각 캠퍼스 교수진이 제공하는 강의를 실시간 또는 녹화 방식으로 수강할 수 있다. 학생들은 지리적 제약 없이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하고 강원대 전체 교육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캠퍼스 간 협력과 교류를 촉진하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지역 경쟁력 강화에 지역 대학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지역 대학 경쟁력은 지역의 생존과 직결된다.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의 중요한 인적, 물적, 문화적 자산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대학은 지역사회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자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지식 창출의 원천으로서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해다. 현재 전국에는 380개에 달하는 대학이 있으며, 이 중 약 70%가 지방에 위치해 있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대학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곳곳에 위치한 많은 대학들은 이미 마련된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엄청난 교육 및 연구 인프라를 의미한다.

▲글로컬대학이 일반 지방대와 교육 생태계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나갈 방법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목적은 30개 대학을 혁신 중심으로 삼아 다른 지역 대학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강원대는 이미 타 대학과의 공유·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강원대 공유대학 플랫폼을 지역 대학은 물론 초·중등교육과 평생교육 전체로 확대해 국가 거점국립대로서 책무와 공적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초·중·고등학생, 재직자 및 지역주민을 포함하는 생애주기형 평생교육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한다. 이는 지역사회의 교육 수요에 부응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다. 거점대의 우수한 기초학문 및 교양교육을 타 대학에 제공해 지역 사립대학과 전문대학의 교육시설 투자와 운영비 부담을 줄여주고, 지역 교육 질을 향상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연구 협력, 교수진 교류, 공동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지역 대학 간 시너지를 증대시킨다. 지역 내 대학들이 공유대학 생태계 내에서 자신들의 강점을 살려 특성화하고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② 김헌영 강원대 총장 “강원 1도 1국립대학 통합 혁신모델…춘천·강릉·원주·삼척 캠퍼스, 지역별 특성화”

▲강원대가 키워나가고 싶은 인재상은.

-강원대의 혁신교육은 'T형 융합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는 학문적 전문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산업에 대한 이해와 협력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쌓는 동시에 다른 학문 분야와 산업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강원대는 다양한 학제간 프로그램과 현장 중심의 실습, 프로젝트 기반 학습 등을 통해 학생들이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시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대학 입시는 교육의 종착점이 아니라, 교육 단계 간 유기적인 연결고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대입제도는 학생이 대학에서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기본소양을 갖췄는지 검증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과 초·중등 교육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 진로 계획을 고려해 대학에서 필요한 지식과 역량은 무엇인지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인구 감소를 고려할 때 학생들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우수 인재로 키워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입시 전형요소나 평가방법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인재를 양성해야 할지에 대한 장기적 대입정책과 고등교육 혁신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대학 선택 관련 조언을 한다면.

-대학 선택은 여러분의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 가운데 하나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곳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장소다. 자신이 무엇에 흥미를 느끼고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대학을 선택할 때 명성만이 아니라, 대학이 제공하는 기회와 경험도 고려해야 한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 대학의 문화와 지역 환경 등은 여러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

서울대 기계설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강원대 기계융합공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24대 회장,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위원, 교육부 고등교육정책 공동TF 위원장, 교육부 국립대학육성방안TF 위원장, 강원지역대학총장협의회 회장,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강원대 기획처장, 의료기기연구소장 등을 거쳐 2016년부터 강원대 제11~12대 총장을 맡고 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