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제연합이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에 대한 역행”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플랫폼 기업을 사전규제하는 '플랫폼 경쟁 촉진법'(가칭) 제정 추진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기업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벤처기업협회 등 국내 디지털경제를 대표하는 7개 협단체가 모인 디경연은 18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구성원들은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며, 깊은 우려의 뜻을 표한다”며 “인공지능(AI) 시대에 디지털 경제의 심장을 쥐고 흔드는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에 대한 역행”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정위가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을 사전규제하는 '플랫폼 경쟁 촉진법'(가칭)을 19일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올려 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다. 이 법은 유럽연합(EU)이 외국 플랫폼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디지털시장법(DMA) 방식을 국내 도입,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규정해 사전규제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디경연은 특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사전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당초 공약과 반대된다고 지적했다.
디경연은 “최근 경제 불황과 더불어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합리적 소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섣부른 사전규제는 소비자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며 “기존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공정거래법)에 더해 이중 규제로 인한 과잉 제재와 시장위축, 행정 낭비 등 부작용은 조만간 기업과 국민 모두가 떠안아야 할 커다란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디경연은 특히 이런 규제가 국내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직구 사이트인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국내 이용자수가 2위까지 올라와 국내 기업을 위협하고 있는 사실을 사례로 들었다.
디경연은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해외 플랫폼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완전경쟁 상태”라며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은 국내기업과 미국기업만을 대상으로 불균형적으로 겨냥해 '유럽식 규제를 한국에서 복사 붙여넣기' 하는 것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국익과 국내 디지털산업 생태계발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업계 의견에도 공정위는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플랫폼과 소비자 관계에 한해서 자율규제를 추진하더라도 거대 플랫폼이 시장을 좌우하면서 '나만 잘먹고 잘살겠다는 행위'까지 자율규제로 볼 수 없다”라며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경쟁자를 괴롭히고, 퇴출시키고, 방해하는 것까지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장논리대로 경쟁이 촉진되고 사업자가 많아진다면 (거대 플랫폼이) 함부로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 당사자가 스스로를 규제할 수 없는 만큼 자율규제의 의미를 훼손하고 있는 것은 그들 자신”이라고 꼬집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