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대가 현실화를 위한 기능점수(FP·펑션포인트) 단가 인상안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사업 대가 현실화는 공공 SW 사업 품질을 높여 연이은 전산망 마비 사태를 해소할 핵심 대책으로 꼽히지만 예산당국과 협의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FP 단가 인상안 설계를 마무리했지만 최종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FP는 SW 기능별 단위를 정량적으로 측정, 단가를 곱해 전체 개발비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월 단위 투입 인력 수를 따지는 맨먼스(man/month) 방식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SW 사업 대가산정 가이드'에 반영, 공공 SW 사업 개발비 책정 시 적용된다.
이번 FP 단가 인상은 지난 2020년에 이어 만 3년 만에 추진된다. 2014년에 이어 세 번째 인상추진이다. SW 업계는 매년 상승하는 물가, 인건비 등에 맞춰 FP 단가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KOSA는 민간 대표 단체로 △물가상승률 △SW 기술자 임금인상률 △SW 개발 생산성 증감률 등을 기초로 FP 단가를 연구·설계하고 발표한다. KOSA는 별도 연구개발이 필요한 SW 개발 생산성 증감률 결과값까지 확정해서 FP 단가 인상안을 수립했다.
하지만 FP 단가 인상안 연내 발표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KOSA가 상반기부터 준비를 해왔지만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 SW 사업 발주처는 기재부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KOSA의 'SW 사업 대가산정 가이드'를 준용해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기재부와 협의가 없다면 FP 단가 인상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기재부는 법정 처리기한을 넘긴 내년도 예산안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W 업계는 기재부가 적극적으로 협의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잇단 행정 전산망 장애와 관련 종합 대책을 수립 중인 당정의 노력에 대응하고, 중소 SW 기업에 적정 개발비가 지급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SW 기업 관계자는 “사업 대가를 현실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고질적 병폐가 공공 SW 사업 품질 저하로 이어졌고, 최근 잇단 공공 전산망 장애의 원인”이라며 “기재부가 협의를 미뤄 공공 SW 사업 대가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사고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SW 사업을 발주하는 부처에서도 현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 부처 관계자는 “공공 SW 개발 단가 인상이 필요하다는데 업계와 관계부처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권한을 가진 부처(기재부)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OSA는 내년 초까지 기재부와 FP 단가 인상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불가피할 경우 안을 단독 발표하는 방식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
류태웅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