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에 이른바 '알리 되팔기'가 성행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에서 직구한 상품에 마진을 붙여 중고 판매하는 불법 행위다.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해 직구 상품을 대리 구매하는 서비스도 증가하고 있다. 직구 시장 성장과 함께 커지고 있는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직구 상품을 되파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주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직구 상품이다. 직구 판매가 대비 작게는 1.5배, 많게는 5배 이상 가격을 올려 판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 직구 가격이 국내 e커머스 판매가보다 저렴한 점을 악용한 방식이다.
직구 대행 상품도 흔하다. 개인통관고유부호가 없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2000원 안팎의 수수료를 받고 직구 상품을 대리로 구매해주는 서비스다. 직구 플랫폼 이용이 어려운 이용자가 대리 구매자를 구하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세법 상 직구 상품은 되팔기가 금지돼 있다. 가격이 150달러(미국 200달러) 이하인 직구 상품은 관·부가세를 면제 받는 대신 자가 사용 목적 외에 구매할 수 없다. 단순변심 등 사유가 발생해도 판매처 반송이 원칙이며 일부 판매도 불가능하다.
직구 상품을 판매하면 밀수입 또는 관세포탈 혐의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마진을 붙여도, 안 붙여도 불법이다. 관세포탈이 적발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면제 받은 관세액의 최대 5배에 상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직구 대행 또한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하는 불법 행위다.
최근 중국 직구 수요가 급증하면서 적발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 행위의 불법성을 모른 채 직구 상품을 중고 판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부가세 면제 상품이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유통되면서 e커머스 생태계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당국도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온라인 플랫폼을 모니터링하는 관세청 내부 직원은 3명이다.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해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지만 개별 케이스마다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해 사실상 역부족이다. '해외직구 바로하기' 캠페인 등 홍보 활동에 의존하는 상태다.
중국 직구 플랫폼이 한국 진출 움직임을 확대하면서 이같은 상황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0월 알리익스프레스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613만3758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테무도 MAU 265만6644명으로 지난 8월 대비 5배 급증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새해 국내에 물류센터를 설치하고 시장 공략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직구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 관계자는 “매년 온라인 플랫폼 서면 실태조사와 상시 기획 단속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계도하고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직구 상품에 마진 붙여 중고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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