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 규제를 들고 나왔다. '(가칭)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은 시장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벌이지 않게 하는 것이 골자다.
지배적 사업자는 매출액과 이용자 수, 점유율 등을 고려해 시장별로 지정한다. 자사 우대 행위,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쟁촉진법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 안건은 규제 대상 기준으로 △시가총액 30조원 이상 △직전 3개연도 연평균 플랫폼 서비스 제공 매출액 3조원 이상 △직전 3개연도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월 평균 1000만명 이상 또는 국내 이용사업자 수 월평균 5만개 이상 사업자다. 국내 대표 플랫폼들이 대부분 규제 대상으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보다 압박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공정거래법을 통해 충분한 규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자칫 이중규제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율 규제를 외쳤던 현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는 의견도 많다. 공정위는 플랫폼 갑을관계(플랫폼·입점업체) 거래 공정화와 소비자 권익 보호 분야는 자율 규제를 도입하되 플랫폼 간 경쟁 관계 규율 분야는 경쟁촉진법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플랫폼 업계는 정부 자율 규제 방침을 따라왔다. 공정위를 포함한 정부 부처는 물론 중소상공인단체, 소비자단체 등과 수개월에 걸쳐 상생안을 마련했다. 네이버·카카오·쿠팡·우아한형제들·당근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은 지난해 8월부터 '플랫폼 민간 기구'를 구성해 자율 규제 방안과 상생 계획을 준비했다.이같은 노력의 결실을 맺기도 전에 철퇴를 맞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이 도입한 디지털시장법(DMA)과도 차이가 있다. EU의 DMA법은 해외 빅테크 독점을 막기 위한 자국 산업 보호 성격이 짙다. 우리나라 또한 유튜브,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경쟁촉진법은 DMA법과 다르게 토종 플랫폼의 성장 발목을 잡고 해외 플랫폼에 날개를 달아주는 법안이 될 수 있다.
플랫폼 업계를 둘러싼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온·오프라인 시장은 물론 국경 간 경계도 모두 희미해진 상황이다.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플랫폼의 노력을 규제라는 틀에 가두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법안을 추진하는 동기, 이중규제 등 부작용에 대해 다시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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