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옵틱스가 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글라스 기판을 절단하는 장비를 개발했다. 반도체 패키징 기판은 지금까지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왔지만 최근에는 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글라스 기판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필옵틱스는 글라스 기판 대응 장비로 차세대 패키징 공정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필옵틱스는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글라스 기판으로 패키징된 반도체를 개별 칩으로 자르는 장비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초박막강화유리(UTG) 등 디스플레이 유리 원장을 레이저로 가공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장비 개발이 끝나 고객사 공급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글라스 기판용 장비가 국산화된 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외산 설비에 의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라스 패키징 기판은 반도체 업계 화두가 되고 있다. 플라스틱 기반인 인쇄회로기판(PCB)을 유리로 대체하면 전력 소모량을 30% 이상 낮출 수 있다. 또 글라스 기판은 안정성이 높아 서로 다른 칩을 이어 붙여 반도체 성능을 극대화하는 이종집적에서도 수축이나 뒤틀림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하나의 반도체처럼 연결하는 AI 반도체 제조에 글라스 기판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필옵틱스는 글라스 패키징 기판 성장이 예상돼 장비를 개발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규모가 2027년에 약 2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텔은 2030년까지 글라스 패키징 기판 상용화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입,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연구개발(R&D) 라인을 구축했다.
앞서 필옵틱스는 글라스 패키징 기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레이저 글라스관통전극(TGV) 장비, 다이렉트 이미징(DI) 노광기 등도 개발했다. 레이저 TGV 장비는 글라스 패키징 기판에 초정밀 홀을 가공하고, DI 노광기는 포토마스크 없이 반도체 미세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개별 칩으로 자르는 장비까지 제품 포트폴리오가 확대됐다.
필옵틱스 관계자는 “글라스 패키징 기판 핵심 장비를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 시장 선점을 위해서 차세대 장비 R&D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