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생각해내는 힘이다. 창의에 기술을 덧대어 공동체의 삶을 바꾸면 혁신이 된다. 옛날에 사람이 하늘을 나는 것은 상상이다.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비행 이론과 방법을 찾아내면 창의가 되고, 기술을 더해 항공기를 만들면 혁신이 된다.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창의는 그렇지 않다. 창의를 막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첫째, 인재양성의 획일성이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처참하게 만들고 있다. 왜일까. 산업화, 정보화, 세계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똑같은 목표를 갖게 하고 똑같은 시험을 거쳐 똑같은 인재를 선발한다. 경쟁에서 이겨야 우수하고 낙오하면 무능하다. 순위와 등급을 정하기 위해선 공정해야 한다. 창의적 문제를 낼 수 없고 누구나 동의하는 기출 문제에 의존한다. 다양한 해답이 나오는 문제를 낼 수 없다. 공부해야 할 분량만 늘어난다.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안된다.
둘째, 불확실성 증가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미래예측이 쉬워야 한다. 현실은 반대다. 경제사회 구조가 융·복합을 거듭할수록 복잡해지고,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기계학습, 의사결정을 통해 스스로 진화한다. 미래 예측이 어려우면 목표 설정이 쉽지 않고 인재 기준도 정할 수 없다. 낡은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해 창의를 막으면 공동체를 망친다.
셋째, 이분법적 사고다. 이상과 현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진짜와 가짜, 부와 가난, 유능과 무능 등 세상을 양분해 좋은 것을 취하고 나쁜 것을 버린다. 이분법적 사고는 불확실성이 적고 예측가능성이 높은 모든 것이 명확한 시대엔 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이분법적 경계가 불분명한 미래엔 갈등과 대립만 부추기고 통합을 저해한다. 창의가 나올 기회가 없다.
넷째, 세대 경쟁과 갈등이다. 연령을 기준으로 고령세대와 MZ세대를 나눈다. 일자리를 두고 다툰다. 고령세대는 '꼰대' 취급을 받고 원로의 경험과 당당함은 잊었다. 염색하고 운동하며 젊은 티를 낸다. 노후가 걱정되니 MZ세대를 위해 양보할 생각도 없다. MZ세대는 어떤가. 자신의 처지를 공동체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이해관계와 안위만 챙긴다. 창의에 필요한 세대 협력이 막혔다.
다섯째, 순혈주의다. 같은 것을 지향하고 다른 것을 혐오한다. 취약계층, 다문화, 성소수자, 장애인 등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내심 꺼림칙하고 불편해한다. 많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나눌수록 창의가 성장한다. 차별하는 곳에선 창의가 나오지 않는다.
여섯째, 주입식 교육이다. 새로운 것보단 옛 것에 충실해야 취학과 취업이 쉽다. 쓸데없거나 황당한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할 시간과 기회가 없다. 다양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가 없으니 우수한 인재가 나올 수 없고 창의가 나올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규제다. 모든 규제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나쁜 규제가 있다. 규제가 정한 기준에 따라 의무와 책임을 높이고 세분화하면 새롭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기회가 없다. 기존 시장을 고착시켜 신규 기업의 참여와 성장을 막는다.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핑계로 ESG 등 비본질적 경쟁에 집중한다. 본질적 서비스 경쟁력보다 브랜드 가치만 키워 고객을 현혹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창의를 막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규제를 없앤다고 혁신이 자동적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대한민국의 모든 시·공간에서 업무, 교육, 평가방법을 다양화해 창의가 학습되고 실현돼 샘솟도록 하자. 생각하는 법도 다시 생각하자. 이분법적 사고는 창의적 아이디어의 무덤이다. 같은 부류에서 더 나은 것을 찾을 때가 아니다. 완전히 다른 것,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차이와 다름을 불량이나 오류로 보고 공격하거나 배제해선 안된다. 다양성과 협력이 넘치는 환경을 만들어 창의의 산실로 삼아야한다.
같아지기 위해 경쟁하고 같은 것을 두고 순위를 다투는 사회에선 창의가 나올 수 없다. 창의없는 혁신은 기득권을 고착화할 뿐이다. 창의를 꽃피워야 진정한 혁신이 온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