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핵심기술 유출 기승
특허 빅데이터 활용 수사 협력
특허청이 국익에 반하는 외국의 정보활동을 차단하는 방첩업무를 수행한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핵심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산업스파이가 기승을 부리는 등 기술안보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특허청의 방첩기관 신규 지정' 등 내용을 담은 '방첩업무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방첩은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외국 또는 이와 연계된 내국인의 정보활동을 찾아내 차단하기 위한 정보 수집·작성·배포 등 모든 대응활동을 의미한다. 국정원법엔 산업경제정보 유출, 해외연계 경제질서 교란 및 방위산업침해에 대한 활동도 방첩업무로 정의하고 있다.
방첩기관에는 국가안보 관련 국정원, 경찰청, 해양경찰청, 국군방첩사령부에 이어 2018년 외국인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법무부와 관세청이 추가 지정됐다. 특허청까지 방첩기관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산업기술 유출이 심화함에 따라 관련 방첩활동을 강화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 기술안보 위협은 점차 커지고 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치안전망 2024'에 따르면, 올해 '경제안보 위해범죄' 중 영업비밀·산업기술·국가핵심기술 등 해외 유출 사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안보 위해범죄 중 해외유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10.1%)부터 2022년(11.5%), 지난해(14.4%)까지 지속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해 해외 유출 건수는 21건으로 2013년 이후 가장 많았다. 국가핵심기술 2건을 포함한 산업기술 유출이 6건이었으며, 영업비밀 유출이 15건으로 확인됐다.
방첩기관 지정으로 특허청의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방첩활동에 힘이 더해질 전망이다.
개정안은 국정원만 수행하는 '외국등의 정보활동 관련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취하는 대응 조치'를 모든 방첩기관이 수행 가능토록 업무 범위를 통일시켰다.
특허청도 국정원과 마찬가지로 외국등의 정보활동에 대한 확인·견제 및 차단, 방첩 관련 기법 개발 및 제도 개선, 다른 방첩기관 및 관계기관에 대한 방첩 관련 정보 제공을 수행하게 된다. 다른 방첩기관들과 외국등의 정보를 교류하고 수사를 위해 협력한다.
특허청은 이미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기술경찰)을 통해 기술유출 범죄수사를 수행 중이다. 특허심사·심판관 등 기술전문성과 특허 빅데이터를 보유했다. 기술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방첩활동에 일조할 방침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최근 기술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방첩업무에 있어서도 산업스파이 등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활동이 중요해졌다”며 “향후 국정원 등 방첩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기술유출 수사, 기술전문성을 활용한 타 수사·정보기관 자문,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트렌드 분석 등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다음달 5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치고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규제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개정안을 시행한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