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케르만시에서 열린 솔레마이니 4주 추모식 중 의문의 폭발사고가 발생해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에서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가 일어나자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에 미국 측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보고 이번 일이 이스라엘과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폭발 사고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1076km 떨어진 케르만시의 '순교자 묘역' 내에서 진행된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4주기 추모식 도중 발생했다. 갑자기 인근 도로에서 큰 소리와 함께 폭발이 두 차례 연이어 발생한 사건이다.
이란 당국은 묘역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폭탄 한 쌍이 담긴 가방을 발견했으며, 거대한 행렬이 지나던 중 폭탄이 터져 큰 인명피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최소 103명, 부상자는 211명으로 집계된다.
인근에 있던 한 남성은 현지 라에 아르만 케르만(Rah-e-Arman-e-Kerman) 통신에 “25m쯤 떨어진 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근처에는 시든 꽃과 여자, 아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뒤 NYT가 검증한 영상에는 묘역 남서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일부 부상자들이 “신이여 우리를 도와주소서. 모든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라고 절규하는 목소리도 담겼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이번 사건이 중동 전역의 불안이 고조되는 시점에 발생했다고 짚었다.
IS를 비롯한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는 지난 20년 간 이라크,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전역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했지만 정작 경쟁관계에 있는 시아파 맹주 이란 본토에는 비교적 적은 테러를 가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 가운데 지난 10월 7일 이후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개입한 것과 달리 이란은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전날에는 레바논에서 하마스 고위 관리인 살레흐 알-아루리 부국장을 암살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있었다.
이번 대규모 폭발 사고 정황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강력 비난에 나섰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 밖의 사령관을 테러 범죄의 표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 전쟁에 이란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이란 폭발 사건과는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희생자에 애도를 표하는 한편, “미국은 이번 일과 어떤 식으로도 관련이 없다. 또한 이스라엘이 폭발과 연계됐다고 믿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 이스라엘과 연관됐다고 볼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온라인 대언론 브리핑에서 “그것은 테러 공격이자 우리가 과거에 보았던 IS의 행동 양태로 보인다”며 “이것이 현재 우리의 추정”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
서희원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