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하품. 일반적으로 하품을 통해 뇌에 산소를 공급하고 졸음을 쫓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바닷속에 있는 야생 돌고래도 하품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돼 놀라움을 주고 있다.
최근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미에대 연구팀은 야생 남방큰돌고래를 촬영한 1816시간 분량의 영상을 검토한 결과 돌고래들이 하품하는 모습이 5차례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바이오원'(BioOne)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는 돌고래가 입을 쩌억 벌리고 하품하는 모습이 실렸다.
앞서 지난 2021년에도 아이치현의 미나미치타 비치랜드 수족관에서 돌고래가 하품하는 듯한 모습이 목격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당시 이 돌고래가 야생처럼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수족관 동물이 보이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연구진은 돌고래가 야생에서도 비슷한 행동을 하는지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90㎞ 떨어진 미쿠라 섬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를 1816시간 분량의 영상을 분석했다. 이 중에 돌고래가 입을 벌리는 모습 94번 등장했으며, 89번은 다른 돌고래를 향해 위협하거나 먹이를 먹을 때 등 목적이 분명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5번은 뚜렷한 이유 없이 입을 벌렸다. 입을 천천히 벌리고, 최대로 벌렸다가 빠르게 입을 닫는 전형적인 하품의 모습이다.
특히 이 모습은 모두 아침 시간대(오전 8시~10시 30분)에 나타났으며, 돌고래들이 주로 졸거나 휴식 상태일 때 목격됐다. 일부는 사람처럼 하품을 하고 난 뒤에 일시적으로 더 활기차게 움직였다.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호흡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사들은 하품을 '입을 천천히 벌리며 숨을 들이마시기', '벌린 채로 유지하기', '숨을 내쉬면서 재빨리 다물기'라는 세 가지 동작으로 구성된 무의식적 행동으로 정의해 왔다.
이에 대해 연구 저자인 모리사카 타다미치 교수는 “새로운 연구는 이제 (하품의) 정의를 바꿀 때가 됐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하품에 대한 새로운 정의에서는 호흡을 빼고 입의 움직임만을 기술해야 한다. 입을 천천히 크게 벌리고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재빨리 다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향후 폐가 있는 물고기나 바다거북 등 다른 바다 생물의 하품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