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인공지능(AI)을 단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생산성 향상과 사회적인 부 창출로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거대언어모델(LLM) 발전으로 정보·데이터 처리 능력이 개선되지만 지식재산(IP)제도 정비, AI의 노동력 대체 문제 등의 대응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다.
자이러스 그로브 하와이대 미래학연구센터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대에서 열린 ET테크포럼에서 '미래에는 무엇이 오는가'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생산성을 높이려는 명확한 방법 제시 없는 AI 활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정보를 만들고 사용·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인간에게 더 잘 맞는 방향 설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로브 센터장은 AI를 기존과 다른 미디어 테크놀로지로 규정했다. 이에 LLM 기반 AI가 활성화될수록 포스트 미디어 시대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I가 만들어내는 소리, 이미지, 스토리가 새로운 사건을 변조하고, 전자신호로 위성과 레이더를 조정해 인간의 감각을 속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실의 증거를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LLM 기반 AI 콘텐츠에 대한 국내외 법령이 없기 때문에 지식재산(IP) 규정에 대한 혼란도 예상했다. 그는 “LLM 활용이 가속화하면 전문가와 지식의 출처를 이야기할 필요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면 인간의 정교한 노동이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AI를 다루는 일부 노동력을 제외하면 기존 미디어 산업 내 많은 업무가 사라지고, 해당 노동력에 대한 임금 지불도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에게는 AI가 노동력을 대체하더라도 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것을 제언했다. 특히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노동력과 부의 배분에 대한 고민이 더 클 것으로 봤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성공에 집중한데다 식량이나 천연자원 등 다른 산업에서 기회를 찾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 노동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더라도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AI를 활용해 다른 방식으로 부를 창출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T테크포럼은 전자신문이 CES 2024 참관단 프로그램 일환으로 개최한 행사다. IT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참관단이 9일 CES 개막에 앞서 미래를 향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8일에는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김재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의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미래' 주제 강연이 예정됐다.
하와이(미국)==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