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꽃게가 탈피하는 쇼츠 영상을 흥미롭게 봤다. 여러 종류의 갑각류가 있지만 대부분이 탈피 중 10~20% 가량 폐사한다고 한다. 탈피 과정이 힘들고 탈피 직후에는 외피가 약해져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LG전자의 지난 해 잠정실적을 보며 꽃게 탈피 영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점이 생존과 직결한 탈피와 맞닿아 있다. 다시 튼튼한 껍질을 갖기까지 겪는 혼란과 위축을 이겨내야 하는 점도 비슷하다.
LG전자는 지난해 전장(VS)사업에서 사업부 출범 10년 만에 매출 10조원을 돌파해 강력한 전장사업 후보자 면모를 보여줬다. '초콜릿폰' 등 피처폰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누적 5조원 적자 등 부진을 겪은 모바일 사업을 2021년 7월 과감하게 정리하는 과정을 겪으며 변화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매년 고공 행진하던 반도체 사업에서 깊은 바닥을 쳤다. 메모리반도체 감산, 출하량 확대, 스페셜티 반도체 비중 확대 등으로 악화된 시장 환경에 대응하며 다시 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00년대 메모리 사업에서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1년(IT버블 붕괴)과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 뿐이었다.
갑각류는 나이가 들수록 껍질이 더 단단해지고 무거워져 탈피가 힘들어진다고 한다. 사업 역사가 깊을수록, 조직이 클수록 변화를 가하는 무게감과 고통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대표 전자기업도 변화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기존 성공에만 도취해선 안되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혁신엔 고통이 따른다. 그럼에도 새롭게 변화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이 탈피하고 기존보다 더 성장할 모습을 기대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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