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 번번이 떨어지느라 신문사 입사에 수년이 걸렸다. 불합격보다 힘들었던 것은 최종합격자의 노력만 인정하는 각박한 세태였다. 합격자가 아니라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말이다.
CES 2024 취재팀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온 후 기시감이 들었다. 이번엔 반대의 입장에서다. 세계를 선도할 혁신 기술과 제품에만 수여한다는 혁신상 때문이다.
벤처·스타트업 담당기자로서 지난해 11월 혁신상 수상기업 공식 발표 이전부터 명단 파악에 나섰다. 수년간 혁신상을 휩쓴 기업에게 연락했다. 여러 기업이 올해는 수상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혁신상 선정기준을 높였다고 한다. 비상이 걸렸다.
기우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역대 가장 많은 중소·벤처 121개사가 CES 2024 혁신상을 받았다. 국내 혁신상 수상 기업의 90%를 차지했으니 놀라운 성과다. 출입기자이기 전에 한국인으로서 기쁜 마음이 들었다.
다만 혁신상이 CES 참가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 것 같아 아쉬움도 든다. 우리 벤처·스타트업의 성과가 혁신상 수상 갯수로 책정되고, 수많은 참가기업 중 혁신상 수상기업에 우선적으로 시선이 쏠렸다. 참가 기업 모두가 대한민국 국가대표인데 말이다.
국내에서 주목받는 다수 스타트업이 CES 2024에 참가했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AIoT) 기반 무인 자원순환 기업 오이스터에이블은 다회용컵 반납기 '랄라루프'로 서울시 폐플라스틱 발생 감축 목표에 동참했다. 자율주행로봇 스타트업 도구공간은 순찰로봇 이로이로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 기술로 세계 진출을 꾀하는 스타트업이 CES 2024 전시장 유레카파크에 모여있었다.
중기부는 시스템반도체·미래 모빌리티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해선 창업 10년 이내 기업(기존 창업 7년 이내)까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 2022년 관련 법을 개정했다. 기술 난도가 높지만 파급력이 강한 초격차 분야 특성을 고려했다.
혁신상 수상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벤처·스타트업의 땀과 노력이다. 우리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는 만큼 올해 모든 기업이 더 큰 결실을 맺기 바란다.
라스베이거스(미국)=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