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주목받는 '유리기판'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반도체 성능 향상을 위한 대안으로 손꼽히는 기술로, 인텔·앱솔릭스·DNP 등에 이어 삼성전기도 가세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실리콘 캐퍼시터·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렌즈·전고체 전지 등 회사가 준비하는 미래 먹거리도 공개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삼성전기가 준비하는 미래'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신사업 추진 배경과 계획을 공유했다.
정 사장은 적층세라믹콘텐서(MLCC)·카메라모듈·반도체 패키지기판 등 회사 핵심 기술을 활용, △전장△로봇 △ AI·서버 △에너지 등 미래 산업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미래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가시적 성과가 나온 신사업 프로젝트로 유리 기판을 손꼽았다.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재질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유리 재질로 바꾼 것이다. 두께가 얇고 표면이 매끄러워 회로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도체 칩 크기가 커지면서 유리 기판 필요성도 함께 증가, 국내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인텔 뿐만 아니라 앱솔릭스, 일본 DNP가 유리 기판 양산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 코닝·쇼트 등 유리 소재업체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유리기판 사업을 지속 검토해왔다. 다만, 연구개발(R&D) 난도가 높고 시장 개화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수요 변화를 예의주시했다.
장 사장은 “유리 기판 수요가 점점 늘고, 기술 개발로 세 차례 샘플 개발에 성공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세종 사업장에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을 올해 구축하고 내년 시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2026년에는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춘다. 장 사장은 “CES 2024에서 고객에 유리기판을 공개,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서버·AI 등 고성능컴퓨팅(HPC)에 필수인 차세대 캐퍼시터도 생산할 계획이다. 바로 실리콘 캐퍼시터다. 실리콘 웨이퍼로 만들어 매우 작은 크기로 구현할 수 있다. 반도체 패키지 면적과 두께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가까이에 배치할 수 있어 고속 데이터 전송에도 유리하다.
삼성전기는 2025년 HPC 패키지 기판에 양산 적용하고 향후 서버·네트워크·자동차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전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카메라 렌즈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삼성전기가 2025년부터 양산할 하이브리드 렌즈는 플라스틱 렌즈와 유리 렌즈의 장단점을 결합, 고온·흠집에 의한 변형에 강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카메라 소형화·경량화에도 유리하다.
또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전지 사업도 추진한다. 소형 전고체 전지로 기존 리튬이온보다 형상 자유도가 높고 폭발 위험이 적다.
장 사장은 “현재 신뢰성 조건을 보증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2026년 웨어러블 시장 진입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 미래형 그린 에너지 기술인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 사업에도 뛰어든다. 삼성전기가 개발 중인 SOEC는 MLCC 원재료인 세라믹 기반으로 700도이상의 고온에서 물을 전기 분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