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최장기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2008년 설립 이래 50일 가까이 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서면회의가 마지막이다. 합의제 기구라는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식물 부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오는 4월 총선까지 방통위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16일 방통위 의사일정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30일 '2023년 제45차 서면회의' 이후 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토록 장기간 출석·서면회의 모두 열리지 않은 건 이례적이다.
김홍일 신임 방통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취임했으나 이후 회의가 개최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방통위 과제도 산적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KBS 2TV와 SBS, MBC UHD 및 지역 민방 등 주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의결이 시한을 넘겼다. 이들 방송사는 현재 허가를 받지 않고 방송을 하는 상황이다. 김홍일 위원장도 방통위의 가장 시급한 현안에 대해 지난해 12월 말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된 '지상파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라고 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 설립 취지와 향후 법률적 해석 논란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한동안 방통위 전체회의가 열리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2인 상임위원 체제에서 이뤄진 안건 심의 의결을 지적한 법원의 판단 후 방통위가 전체회의 소집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후임 인사 임명 처분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권 이사장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단 2명 위원의 심의 및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며 “신청인(권 이사장)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임명 처분의 효력을 유지 존속시키는 것은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밝혔다.
방통위원 2인 체제의 심의 의결에 대한 법원 우려가 나오면서, 이에 대한 위법성을 지적한 다른 주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전체회의 의결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운 입장에 처했다”며 “총선까지 방통위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 내홍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사건으로 수차례 압수수색 및 장기간 검찰 수사를 받았다. 지난해 5월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면직됐다. 이후 김효재 전 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가 3개월여간 이어졌고,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취임 95일 만에 물러났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