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포켓몬이 돌격소총을 들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집을 짓는 건설 현장과 자동화 공정이 구축된 생산 라인에도 여러 포켓몬이 줄지어 쉴새없이 작업에 한창이다. 포켓몬 등에 올라타 평원을 누비거나 하늘을 비행하는 일도 가능하다. 드넓은 오픈월드 세상을 무대로 펼쳐진 생존 크래프팅 게임 '팰월드'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일본 소규모 게임 개발사 포켓페어가 얼리액세스로 선보인 팰월드는 출시 이틀만에 스팀 기준 동시 접속자 120만명을 돌파했다. 3일차 판매량은 400만장을 넘어섰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 스팀 인기 순위에서 스팀덱과 카운터스트라이크2, 발더스게이트3, 리썰컴피니, 배틀그라운드 등 유수 글로벌 흥행작을 제치고 선두 자리에 올랐다.
팰월드에 등장하는 몬스터 캐릭터는 사실 포켓몬이 아닌 '팰'이라는 생물이다. 겉모습은 영락없이 포켓몬이지만 정식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않았다. 이른바 유사한 '짝퉁' 게임인 셈이다. 기존 포켓몬 게임이나 콘텐츠에서는 표현되지 않는 다소 가혹적인 요소도 대대적으로 적용됐다. 포획한 팰에게 현대식 무기를 들려주는 것은 물론 노동 현장에 투입하거나 도축해 자원을 얻는게 가능하다.
포켓몬이라는 강력한 지식재산(IP)에 오픈월드와 생존 크래프팅 등을 복합적으로 버무려낸 재미에 글로벌 게임 이용자는 즉각 반응했다. 앞서 트레일러 영상 공개 당시에는 저작권 침해와 여러 게임의 특징을 마구잡이로 섞어놓은 듯한 모습에 우려 목소리가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순수한 재미로 가득했다는 평가다.
정식 포켓몬 IP 게임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일본 게임프리크에 대한 반발심리도 크게 작용했다. 게임프리크는 정식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매번 발전없이 자가복제에 가까운 포켓몬 신작을 선보여 이용자로부터 실망감을 자아냈다. 비록 라이선스 문제에도 불구하고 포켓페어 팰월드야 말로 그동안 포켓몬 팬이 원하던 게임적 재미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켜줬다는 것이다.
팰월드가 지금까지 벌어들인 판매 수익은 대략 1000억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멀티플레이 확산과 게임 방송 스트리머 등 인플루언서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가도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포켓몬 저작권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팰이라는 독자적 명칭을 사용하고 기존 포켓몬 콘텐츠와는 다른 게임성을 지향하고 있으나 세계적 주목을 받음에 따라 원저작자인 포켓몬컴퍼니와 게임프리크 측 대응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팰월드 제작사 포켓페어가 그동안 여러 작품을 얼리액세스로만 내놓고 제대로 된 마무리 없이 방기한 전적이 많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