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 경기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팀 알나스르가 시합 전날 돌연 취소했다. 경기 취소의 이유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는 2019년 한국 '노쇼'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것과는 달리 중국 팬들에게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했다.
25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당초 사우디 프로팀 알나스르는 이달 24일(상하이 선화)과 오는 28일(저장 FC) 중국팀과 친선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특히 두 경기에는 알나스르에 소속된 포르투갈 축구스타 호날두가 참여할 예정이어서 현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인기를 증명하듯 해당 경기 티켓은 최고 4580위안(약 86만 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에도 한 시간만에 모두 매진됐다.
하지만 알나스르는 첫번째 친선전 하루 전인 지난 23일 갑자기 경기 일정을 연기했다. 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구단이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24일, 28일 (중국 선전에서) 치를 예정이던 두 경기가 연기됐다”고 말했지만, 재경기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경기 취소는 알나스르 소속 선수인 호날두의 부상 때문이다. 그는 투어 전후로 허벅지 뒤 근육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호날두는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팬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내게 오늘은 슬픈 날이다. 중국 팬들, 특히 선전에 온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축구를 하다 보면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어 “22년을 축구 선수로 뛰었다. 그간 부상이 많지는 않았는데, 매우 슬프다”며 “여기 중국에 와서 투어를 즐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이 보여준 환대와 이곳의 문화 덕에 항상 중국이 제2의 고향이라고 느낀다”며 “우리는 경기를 연기했을 뿐이다. 취소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경기를 고대해온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알나스르가 머무르고 있는 호텔을 둘러싼 수백명의 중국 팬들은 호날두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명확한 취소 사유를 밝히라고 소리쳤다.
한 팬은 “경기 하루 전에 호날두의 컨디션을 알게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기 전에 있는 마케팅 행사와 후원 활동을 진행하고 싶어서 팬들에게 미리 고지하지 않은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알나스르는 모든 경기 티켓을 환불하고 호텔과 교통비 등 일체 비용을 보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중국팬들은 실망감을 보상받을 수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호날두의 이번 사과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2019년 7월 유벤투스(이탈리아) 소속이던 호날두는 한국에서 K리그 선발팀과 내한 경기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경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내 여론이 들끓었지만 그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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