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가 디지털전환(DX)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약개발, 임상시험 설계 등 핵심 사업 영역은 물론 스마트팩토리, 사내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 등 전사 영역으로 확대를 꾀한다. 미국·유럽 등 글로벌 빅파마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DX 투자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모양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 대웅제약, 한미약품, GC녹십자, JW중외제약 등 주요 제약사들은 올해 DX를 강화해 사업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역시 이들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전담 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올해 DX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제약 업계 대표적 DX 전략은 AI 기반 신약 개발 사업이다. 다양한 IT기업과 손잡고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 임상시험 설계 등을 추진하는 게 핵심이다.
한미약품은 아이젠사이언스와 손잡고 항암 신약 개발 과정에 AI 신약개발 플랫폼 적용을 시작했다. '아이젠 디스커버리' 플랫폼을 활용, 전사인자 저해제 기반 항암신약 개발이 목표다.
JW중외제약은 올해 독자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 '주얼리'와 '클로버'의 데이터·인프라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시에 외부 인공지능 기반 디스커버리(AIDD) 플랫폼과 연계를 추진하는 한편 원료합성 로봇 등을 활용한 스마트랩도 구축한다. 대웅제약(에이조스바이오), 동화약품(온코크로스), 삼진제약(아론티어) 등도 AI 전문기업과 손잡고 올해 데이터 고도화를 통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AI 신약개발 외에도 생산성 향상과 업무 혁신 등 전사 차원의 DX 전략도 추진된다.
대웅제약은 연내 AI 전담조직을 대대적으로 강화해 AI 신약개발 로드맵 고도화는 물론 업무 혁신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사내 업무 효율성 증대를 위한 생성형 AI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한독은 올해 주요 의약품 생산공장에 로봇, AI 등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 2단계 구축 사업을 진행하며, 임직원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근 빅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인적자원관리(HR) 분석 시스템 고도화를 완료했다.
제약 업계에 DX 바람이 거세지면서 협회도 움직이고 있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기존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확대 개편해 발족한 AI신약융합연구원이 대표적이다. 기존 센터가 AI 도입을 위한 정보 제공이나 전문기업 연계 등 지원에 머물렀다면 연구원은 제약 업계와 신약 개발 관련 데이터 공동 활용 체계를 마련하고, DX 생태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IT 접목이 가장 보수적이었던 제약 업계에 DX 열풍이 부는 것은 '신약 절벽'이라고 불릴 만큼 신약 개발 과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기술 한계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이 어려워진데다 개발비도 급격히 늘면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사노피(엑스사이언티아·인실리코 메디슨), 노보 노디스크(마이크로소프트), 화이자(템퍼스), 로슈(패스AI), 암젠(밀라), 머크(앱사이) 등 글로벌 빅파마들은 2020년 초반부터 AI 전문기업과 협업해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 연간 투자 비용만 수백억원에 이른다.
김화종 AI신약융합연구원장은 “글로벌 빅파마가 보유한 노하우, 인력, 기술 등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AI 활용 밖에 답이 없다”면서 “우리나라의 우수한 IT 역량과 데이터를 활용해 제약 업계도 DX를 추진해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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