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거가 75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정치인과 국회 입성을 노리는 정치인은 유력 정당 후보로 지역에서 공천을 받기 위한 줄서기가 한창이다. 입법 권력의 한 칸을 채우기 위한 치열한 공천 싸움이 본격화된 셈이다.
최근 봉합된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간 갈등은 '공천권'이 영향을 미쳤다. 한 위원장이 소속한 비상대책위원인 김경율 회계사를 마포을 지역에 공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대통령실에서는 한 위원장이 소속 비대위원인 김 회계사를 공천한 것이 '사천'이라며 각을 세웠다.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을 사천을 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과 김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을 제기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도 작용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서 공천권을 가졌음을 강조했다. 결과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서천 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둘러보고 열차를 동행하면서 드라마 같은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를 완벽한 봉합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사태의 발단이 된 '사천' 논란이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천과 관련한 문제는 국민의힘만의 이슈는 아니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새롭게 출범한 '원칙과 상식' 소속 제3지대 '미래대연합'과 이낙연 전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 역시 공천권 갈등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천권은 곧 권력을 의미한다. 최근 벌어지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집안싸움은 결국 공천권을 누가 가지냐의 전쟁이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사례처럼 대통령이 알게 모르게 여당의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잘 아해하는 이들로 당을 구성해야 국정운영을 뒷받침한다는 논리다. 최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도 차기 공천권을 둘러싼 알력이 작용했을 것이다.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 여권내 잠룡들도 슬금슬금 공천권에 기대 입지를 키우려 할 것이다.
공천권을 둘러싼 다툼이 불거지면 당은 과거와 달리 공천 시스템이 정비돼 당권을 접수한다고 마음대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직접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공천룰을 어떻게 바꾸느냐, 지역을 어떻게 분배하는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특정인에 유리한 구조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완벽하게 공정한 공천 결과란 있을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정당의 제일 목표는 권력을 잡는 것이다. 대통령 역시 국회 입법 기반으로 동력을 확보해야 후반기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천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향후 정책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한 공천룰을 확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총선이 75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민은 당의 공천권 싸움을 지켜볼 만큼 인내심이 많지 않다. 당내 공천 갈등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고 국민 눈높이와 정치철학에 맞춘 공천룰을 서둘러 확정해야 22대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