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계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의 역외적용 원칙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그간 토종 기업과 해외 기업 간 역차별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법을 국내외 구분 없이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차별 적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플랫폼 기업과 관련한 규제 중 다수가 글로벌 기업을 빗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가 지적하는 가장 대표적인 역차별은 2020년 통과된 N번방 방지법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는 인터넷 사업자에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등 유통방지 조치, 기술·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불법 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해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해외에 서버를 둔 외국 기업은 처벌할 수 없어 실질적으로 국내 기업만 법 준수의 의무를 지게 됐다. N번방 사태의 진원지였던 텔레그램은 정작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인정보보호법 또한 글로벌 기업을 빗겨갔다. 마케팅에 쓰이는 개인정보가 '선택 사항'으로 분류돼 국내 사업자는 개인 동의 받기 어렵다. 반면 구글 등 해외 기업은 필수·선택 구분 없이 포괄적 동의만 받아 개인정보를 자유롭게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법인세에서도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조세 부담을 회피 중이다. 현행 세법상 고정사업장이 없는 외국 법인은 구체적인 매출 현황이나 용역 내용을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해외 본사 수수료 명목으로 매출 원가를 높이고 영업이익률을 낮춰 2019~2021년간 실제 매출액의 0.3~0.5%만을 법인세로 납부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구글의 앱마켓 수수료 또한 6조4000억원으로 추정되나 2022년 구글이 신고한 매출액은 단 3449억원에 불과했다. 납부한 법인세는169억원에 그쳤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저작권 징수 규정 또한 역차별 사례로 꼽혔다.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은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 운영 비용과 각종 수수료 등을 제외한 순매출을 기준으로 저작권료를 정산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음원 플랫폼은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라 총매출 기준으로 저작권 사용료를 산출한다. 무료·할인 프로모션 기간에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모두 플랫폼이 부담하는 것이다.
유튜브의 가짜 뉴스 또한 법 적용의 사각지대다. 가짜뉴스와 청소년 보호 등의 조치를 취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가입한 회원사는 국내 기업 뿐이다. KISO는 수차례 구글코리아에 가입을 요청했으나 특정 국가의 자율 규제에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만 밝혀왔다.
망사용료 문제도 있다.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는 망은 공공재이고 통신사는 망 구축·유지 비용을 이용자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며 대가 지불을 거부한 바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법적 공방까지 벌였다. 유튜브의 경우 망 사용료를 아직까지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 업계는 공정위의 경쟁법 역외적용 입장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역외적용을 시행할 근거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각 나라별 해외에 본사와 서버를 두고 있는 기업에게 정보 제출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지적이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의 매출액, 알고리즘 등을 확인할 근거가 없기에 역외 적용은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규제 비용은 국내 기업에게만 발생하고 기업이 성장하다 규제 범위에 다가서게 되면 성장을 의도적으로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4일 “국내 소비자 후생을 침해하는 독과점 플랫폼이라면 국내외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그 행위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규율한다”며 “경쟁법의 역외적용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밝힌 바 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