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통신서비스에 가입할 때 요금·품질 정보를 참고로 삼는다면 사업자는 고객 유치를 위해 요금·품질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요금은 자주 개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평소 고지서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는 고객이라면 자신의 지출액을 잘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품질은 기술적 측면(잡음·끊김 등)에서부터 고객 만족도(가입·문의·수리·해지)를 포함하는 다의적 개념이다. 가변적이다. 고객은 주관적으로 체험하는 이외에는 알 도리가 없다. 1999년 9월 정부는 사업자의 품질 측정 결과를 공표함으로써 고객의 합리적 선택과 사업자 품질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유무선 정보통신 품질평가제도를 도입했다.
해프닝도 많았다. 파일럿 테스트 직후 이동통신 통화율이, 공표 일주일 전에는 고객 만족도 정보가 매스컴에 새어 나갔다. 당시 통신 이슈는 국가적 화제거리로 일간지 이슈 선점을 위한 취재 경쟁이 극심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었다. 휴일인데도, K국장 이하 통신국 직원들이 모두 출근해 팩스로 신문사에 보도자료를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부는 평가 결과 발표 이후에도 홍보를 자제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사업자는 자사 품질이 최고라며 광고전을 벌였다. 후발 사업자는 품질을 패를 뒤엎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폭격기가 하늘에서 광중계기를 융단 폭격하는 옛 LG텔레콤 광고는 압권이었다. 기지국보다 저렴한 광중계기로 음영지역을 커버하기에 품질평가 결과가 나쁠 수 없다는 연상 메시지였다. SK텔레콤도 뒤질세라 최우수 평가 등급이 가장 많다는 광고로 응수했다. 문제는 제각기 자사에 유리한 부분만을 부각했기에 누구의 품질이 진짜 우수한지 알 도리가 없었다. 온라인에서 누구나 자기 식당이 맛집이라고 홍보하기에 진짜를 가려내기 어려운 것과 흡사하다.
제도는 한두 해 시행된 후 닷컴 버블로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중지되었다가 2000년대 후반 통신위원회의 B사무관(현 방통위 국장)이 부활시킨 이후 매해 지속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전국 이동통신 서비스 지역을 확인할 수 있는 커버리지맵도 제공되고 있다.
돌이켜보건대, 이 제도는 품질 인지도와 노력을 높이는 데는 공헌했으나 너무 조기에 시행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PCS 3사, 초고속인터넷 사업자가 망 안정성이나 고객 서비스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제도를 시장 성숙도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하는 섬세함이 필요할지 싶다. 측정 결과가 실제 고객에게 두루 전달되는 방법도 고심해봐야 할 것이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