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남성이 비행기에서 친구에게 폭탄 테러 농담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가 1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위기에 처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아디티야 베르마는 지난 2022년 7월 친구들과 스페인 메노르카 섬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영국 개트윅 공항에서 이지젯 항공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는 이륙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냅챗을 통해 친구에게 “비행기를 폭파하러 가는 길. 나는 탈레반의 일원이다”라는 농담했고, 얼마 뒤 비행기는 이륙했다.
그러나 영국 보안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베르마가 기내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통해 보낸 메시지가 보안국에 딱 걸린 것이다.
영국 보안국은 해당 메시지를 스페인 보안국에 전달했고, 스페인 공군은 곧바로 F-18 제트기 두 대를 띄워 해당 여객기 주변을 감쌌다. 여객기가 착륙할 때까지 스페인 공군의 감시는 계속됐다.
베르마는 기내 창문으로 여객기에 따라붙은 제트기를 인식하기는 했지만, 제트기가 자신 때문에 왔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군사 훈련이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사태의 심각성조차 몰랐던 베르마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스페인 경찰에 체포됐다가 이틀 동안조사를 받은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 또한 영국으로 귀국한 뒤에도 영국 정보 보안국 MI5와 MI6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인도계 영국인인 베르마는 조사 당시 “학교에 다닐 때부터 내 특징(인도계)으로 농담을 하곤 했다”며 “단지 사람들을 웃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베르마의 변호인은 “베르마는 자신의 메시지를 페이스북이나 공개적인 장소에 올리지 않았다. 단지 친구들과 차 안에서 농담을 하는 것과 같다”며 “당시 18살이었던 소년의 휴일은 학교 성적에 대한 보상이었다. 하지만 메노르카에 도착하고 악몽이 시작됐다”고 영국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실제로 수사당국이 그의 휴대폰을 조사한 결과 파키스탄과 인도 사이의 충돌, 이슬람국가의 공격 가능성 검색 결과는 있었지만, 급진주의와 관련된 어떠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스페인 마드리드 법원은 그에게 공공질서 문란 혐의를 적용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BBC는 유죄로 판결나더라도 징역의 위험은 없지만 최대 2만 2500유로(약 3258만원)의 벌금, 9만 5000유로(1억 3758만원) 제트기 사용비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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