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연기 통해 제 나름의 해석을 가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목표점을 찾게 됐다” 배우 이주명이 '모래에도 꽃이 핀다' 속 열연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감독 김진우)서 열연한 배우 이주명과 만났다.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가상의 지역 거산군을 배경으로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 분)와 소싯적 골목대장 오유경(이주명 분)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청춘 성장 로맨스다.
이주명은 극 중 오유경으로 분했다. 완벽한 부산사투리 표현과 함께 무미건조한 듯 하면서도 반전 한 방이 있는 초반부터, 자신의 명랑쾌활 면모를 드러내는 후반까지 유쾌하게 호흡을 끌고가는 모습이 시청차들의 호평을 받았다.
또한 과거 자신이 떠나야했던 사건을 추적하는 가운데서의 묘한 분위기와 함께, 백두(장동윤 분)를 비롯한 인물들과의 따뜻하면서도 순수한 청춘케미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모습들은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후 또 한 번의 청춘물 주연으로서의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주명은 인터뷰 간 명랑쾌활함과 진중함을 아우르는 모습과 함께, '모래에도 꽃이 핀다'와 오유경 역할이 준 새로운 자신감을 되새겼다.
-현실 '오유경(오두식)'이 이주명이라 할만큼 완벽한 캐릭터감을 보였다. 실제로는 어떤가?
▲저도 자아가 둘이다(웃음). 저도 20세까지 사투리를 쓰던 부산소녀, 20대부터 지금까지 사회생활중인 이주명, 자아가 둘이다(웃음).
학창시절 이주명은 두식과 좀 비슷하고, 최근 이주명은 두식과 유경과는 또 다른, 어른스러움을 생각하는 고민많은 청춘이 아닐까 한다.
-출연과정은 어떠했나?
▲제목만 봤을 때는 감성드라마로 느꼈는데, 막상 대본을 보니까 휘몰아치는 케미와 재미들이 가득한 작품이라 꼭 하고 싶었다.
종잡을 수 없는 관계성과 사투리연기, 그것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러다보니 막상 종영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 아쉽다. 의도했던 따뜻함과 '진심어린 순수함'이 잘 전해진 듯 해서 기쁘다.
-오유경으로서의 비주얼 준비는?
▲공무원 느낌의 내추럴함과 함께, 걸음걸이나 제스처 면에서 투박하게 접근하고자 했다. 표준어와 사투리를 오가는 전개와 인물본연의 털털함을 잘 보여주고자 했다.
-초반에는 반전의 조곤조곤함에서 후반의 거침없는 당찬면모까지, '오유경(오두식)'의 변화는 어떤 포인트를 뒀나?
▲초반에는 모든 것이 베일에 감싸진, 두식이 아닌 느낌을 조금이라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긋나긋함을 더했다.
점점 뒤로 가면서 동료 현욱(윤종석 분)나 백두(장동윤 분) 등 여러 케미와 함께 점점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부산 출신으로서, 현장에서도 많은 사투리 조언을 했을 것 같다. 배우들 에피소드가 있다면?
▲주로 석희(이주승 분), 진수(이재준 분) 등이 사투리를 많이 배웠는데, 석희가 좀 더 빠르게 성장하더라(웃음).
그와 함께 중간중간 배우들이 사투리를 점검하려고 제게 묻는 경우가 많았다. 대구사투리에 익숙한 동윤 배우와 함께 적절한 표현들을 맞춰나갔다.
-백두-두식 둘의 케미는 비주얼부터 연기호흡까지 훈훈함의 연속이었다. 현장은?
▲(장)동윤 배우는 백두처럼 실제로도 순수하다. 장난쳐도 타격감이 좋다(웃음). 제가 평소 웃음이 많은 것도 있지만, 극에 몰입해서인지 벌크업한 동윤배우가 걷는 것만 봐도 웃기더라.
또한 여느 배우들도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웃참챌(웃음참기 챌린지)이 펼쳐졌다. 이런 재밌는 현장에 감사했다.
-직접 꼽는 가장 재밌는 신?
▲두식과 백두가 같은 집에서 나오는 걸 석희가 보는 장면을 꼽고 싶다. 그 장면에서 머리에 까치집을 지었다던가 화장실 이야기 등 흐름 상 대사들이 거의 애드리브다.(웃음)
그 밖에도 여러 장면들이 많다. 좋은 대본과 감독님을 믿고 저희들의 케미만 잘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는데, 그만큼 재밌게 다 잘 나온 것 같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두식으로서의 제가 백두에게 편하게 대하는 모습이 가족적이라, 저게 정말 제 모습 아니냐고 말하시며 즐겁게 보시더라.
-원래 씨름을 알고 있었는가?
▲전혀 몰랐다. 촬영에 본격 들어가기 전에 샅바 매고 잡는 것부터 좀 배웠는데, 실제 직관하니까 정말 재밌더라.
누가 질 줄도, 넘어질 줄도 아는 상태임에도 아슬하고 쫄깃한 긴장감이 있더라. 전문지식도 있겠지만 관심만 있으면 빠지기 쉽겠더라.
-'모래꽃' 속 유경(두식)을 돌아보자면?
▲제 장면을 직접 잘 못보는 편이다. 어떨 때는 힘을 얻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클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현장에서는 좋은 케미와 함께, 자유로운 연기에 대한 가능성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
사투리를 발판으로 자유롭게 애드리브를 더하는 등 대본에서 의도를 찾고 연기하는 기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제 나름의 해석을 가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목표점을 찾게 됐다.
그와 함께 인간적으로도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잇따른 청춘물 활약, 주안점은 어디다 두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때 마지막 교복청춘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청춘의 결을 맡아 행복했다. 물론 연이은 주연부담에 걱정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그럴수록 더 늪에 빠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번 작품은 유쾌한 호흡과 함께 그러한 부담을 타파할 수 있었다. 내가 느끼는 그대로, 지금의 생각과 본능에 충실한 것이 청춘물 연기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학창시절의 본능을 보였던 지난 작품과 함께, 거산군을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 또한 그 나이대에 맞는 본능적인 청춘감을 보여주려고 했다.
-20대와 30대의 청춘을 모두 연기한 이주명, 스스로 생각하는 청춘이란?
▲건배사 중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라는 말, 그게 정답이 아닐까 한다. 학창시절의 청량함만이 아니라, 좌절하고 슬프고, 마음 아린 것이 느껴지면 나이를 떠나서 청춘이라 생각한다.
'모래꽃' 속 술취한 백두 엄마를 아빠가 업고가는 장면, 그 자체도 청춘감으로도 볼 수 있다. 어느 한 작품이 아니라 현실에 청춘의 낭만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 이주명의 청춘과 낭만은?
▲제게 현실낭만은 쉴 때 휴양지 가서 해변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노래 들으면서 춤추고 노는 것?(웃음). 가만히 누워서 노래를 들으며 힐링하는 것, 그것이 바쁠때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그러한 낭만 속에서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를 되새기면서 밸런스를 맞춰나가는 것이 현실 이주명의 청춘이라 생각한다.
-이주명에게 연기란? 원하는 배우상은?
▲내 해소욕구를 풀어주는 탈출구이자, 사방이 막힌 벽처럼 꼭 해야할 것들로 막힌 공간 둘을 오간다. 그 사이에서 매순간 해법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를 토대로 '어디에 실존할만한 캐릭터'로서의 연기를 늘 보여드리고 싶다. 다른 작품이나 이야기를 할 때조차도 실존인물처럼 캐릭터로서 힘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최근 즐겨본 작품?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
▲드라마를 중심으로 봐왔던 제가 최근 애니메이션에 좀 빠졌다. 체인소맨·주술회전 등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좀 끌리더라(웃음). 작품적으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현실적인, 한 가지 정서를 깊게 다루는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시청자와 대중에게 한마디?
▲작품 자체가 '러블리'했던 '모래에도 꽃이 핀다'를 잘 봐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재밌는 것들, 더 많은 면모들을 열심히 준비해서 보여드릴테니 기대 많이 해달라.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