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타 등 글로벌 기업 보이콧
쿠팡·배민 해외 자본은 대상 제외
토종 산업 경쟁력 훼손 위기 고조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을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이 사실상 국내 기업인 네이버·카카오에만 적용돼 토종 플랫폼 산업 경쟁력을 훼손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가 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게 보이콧 당하고, 외국 자본이 투입된 쿠팡과 배달의민족은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결국 '네카오 규제법'이 될 공산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플랫폼법 제정 추진을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규제 대상 기업이나 기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독과점 플랫폼의 시장 질서 교란을 막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규제 대상 기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e커머스 1위 기업인 쿠팡(점유율 24.5%)과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점유율 약 60% 이상)은 지배적 사업자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플랫폼·IT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규제 적용이 어려운 외국계 기업은 포함하지 않은 채 다루기 쉬운 국내 플랫폼 기업만 집중 규제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모기업 쿠팡Inc 본사가 미국에 있고 창업자가 미국 시민권을 가진 쿠팡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대주주인 배달의민족은 국내에서 주력 사업을 영위하지만 외국계 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
업계는 공정위가 지배적 사업자 선정 기준이 될 수 있는 매출액과 점유율, 이용자 수 등을 분석할 때 서버가 해외에 있는 외국계 기업의 알고리즘을 파헤치기 어려워 아예 시작부터 제외하고 국내 기업 감시에만 주력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법의 토대가 된 EU 디지털시장법(DMA)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메타·애플 등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 자국 플랫폼 산업을 보호·육성하려는 것과 반대로 공정위는 국내 네카오만 규제하는 법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4월 총선 전에 플랫폼법 제정을 속행하면서 외국계 기업운 제외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플랫폼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법을 만들겠다고 하자 IT·벤처·소상공인 업계 등 각종 분야에서 들고 일어나자, 대상을 축소는 대신 정부가 포털을 통제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법안 추진 과정에서 플랫폼 업계 의견 수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초 플랫폼업계는 플랫폼법의 세부안 비공개를 이유로 공정위와의 미팅을 보이콧했고, 해외 플랫폼 기업인 구글과 메타 등도 지난주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주선한 공정위와의 미팅에 참석하지 않았다. 공정위가 규제 대상과 전혀 의견 교환없이 규제법을 강행하고 있는 셈이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국내 플랫폼 시장은 이미 해외 빅테크와 국내 기업간의 각축장인데, 국내 기업만 옥죌 플랫폼법을 만드는 것은 한 마디로 시장을 유럽처럼 빅테크에 내주겠다는 것”이라며 “정교한 상황 분석 없이 플랫폼 산업 규제에만 몰입해서는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