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이템 사기와 '먹튀' 논란 등으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전국 경찰서 내 게임 사기 수사 전담 인력을 대폭 늘리고, 전자상거래법에 동의의결제도 도입으로 손쉬운 피해 구제를 돕는다. 먹튀 게임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모바일 게임 표준약관도 개정한다.
아울러 해외 게임사 역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국내 대리인 제도를 적용한다. 그동안 많은 게임 이용자로부터 빈축을 사던 게임물 등급분류 기준 또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하고 단계적으로 등급분류 권한이 완전한 민간에 이양된다.
윤 대통령은 “국민 63%가 즐기는 게임은 이제 단순히 개인 여가나 취미 활동 범위를 넘어섰다”며 “엄청난 성장동력이자 대표적인 디지털 융합 산업으로, 국가가 이제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 무엇보다 소비자가 제대로 보호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와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민생토론회 현장에 참석한 게임 전문 유튜버 'G식백과' 김성회 씨와 김희정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학생, 이재원 게임이용자협회 이사 등은 건강한 게임 산업·문화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과 소액사기 관련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김성회 유튜버는 “게이머를 더이상 계도와 계몽 대상이 아닌 한명의 국민이자 소비자로 봐주길 바란다”며 “게임사도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게임을 악으로만 규정하지 말고 채찍과 당근, 규제와 진흥이라는 두 가지를 병행해주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게임 아이템 소액 사기 근절을 위해 경찰청은 전국 150개 경찰서에 수사 전담 인력 200명을 지정한다. 게임 사기 처리 기간 단축 등 피해자 중심 수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게임사기 피해자 주 연령대가 10대·20대인 점을 감안해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게임사 자율규제를 유도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1분기 중 입법예고를 통해 전자상거래법에 담게될 동의의결제도를 활용해 게임사와 분쟁을 겪은 이용자가 별도 소송 제기 없이 직접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한다. 동의의결제도는 사업자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타당성을 인정하면 행위의 위법성을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시정방안에 '소비자 보상 규모·방안'을 명시하도록 해 피해구제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물 등급분류 민간 이양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우선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BR)에 모바일 게임을 추가 위탁하고, 차후 게임산업법 개정을 거쳐 아케이드 게임을 제외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 위탁을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게임물등급분류를 완전 자율화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후관리 기관으로 기능을 축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게임업계 역시 정부가 게임 산업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측면에서 호응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불황으로 많은 게임사가 실적 부진을 겪는 가운데 시장 활성화와 진흥 방안이 언급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관련 법·제도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해외 게임사 대비 역차별을 겪거나 무분별한 소송 제기로 인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게임사가 지속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게임 산업에 대한 진흥·육성 정책은 3월 중 발표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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