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산 방치형 게임 '버섯커 키우기'가 잇단 환불 관련 논란과 이용자 소통 부재로 빈축을 사고 있다. 국내 양대 모바일 앱 마켓에서 리니지 시리즈를 제치고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상업적 성공을 거뒀음에도 책임 있는 서비스 운영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에 칼을 빼들고 나섰지만 온라인·모바일 게임 표준약관 개정과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등 관련 법·제도가 완비되기 까지 이용자 피해 우려가 제기된다.
31일 중국 현지 소식통과 업계에 따르면 버섯커 키우기를 국내 서비스 중인 '조이 나이스 게임즈(법인명 조이 모바일 네트워크)'는 중국 중견 게임 개발사 4399의 해외 퍼블리싱 브랜드다. 중국에서 개발되고 현지에서도 동일한 게임을 제공하고 있으나 싱가포르에 설립한 별도 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국내에 한국법인을 두고 있는 4399는 앞서 '4399코리아'를 통해 역사 왜곡과 표절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부정적 이미지 탈피를 위해 지난해 출시한 '개판오분전'과 버섯커 키우기는 조이 나이스 게임즈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매체 시대주보에 따르면 4399는 버섯커 키우기 글로벌 출시를 통해 지난해 12월 해외 매출이 50% 이상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 순위 20위권 내 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부실한 국내 서비스 운영이다. 공격적 광고 마케팅으로 이용자를 끌어 모으고, 프로모션 행사로 한국 시장 매출 증가를 이뤄냈으나 게임 내 오류와 핵 문제에 대해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결제 금액 환불을 요청한 이용자 계정이 별다른 이유 없이 접속 차단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해외 게임사의 무책임한 서비스 운영으로 인한 국내 이용자 피해는 꾸준히 반복됐다. 게임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별다른 보상조차 없이 서비스를 종료하는 '먹튀' 행각이 대표적이다. 국내법인을 파산시켜놓고 싱가포르 법인으로 신작을 다시 출시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으나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다.
우리 정부는 해외 게임사에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도입 전 공백 기간과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버섯커 키우기 사례와 같이 명목상 별도 브랜드를 내세우거나, 파산·폐업 후 신작 출시 등 각종 편법이 이미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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