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되면서 중소기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은 산업 현장 뿐만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조사해야 하는 고용노동부도 업무 부담이 커졌다. 오히려 산업재해 예방보다 사후 조치에만 몰입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중대재해 수사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는 법의 취지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와 전국 지방노동청은 지금도 중대재해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전국의 지방노동청 내 광역중대재해수사과에는 133명의 수사관이 배치돼 있다. 이마저도 100명인 정원을 초과해 운영 중인 상황이다. 중대재해 수사는 기업 경영 전반을 들여다봐야 하는 수사의 난이도로 인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여러 사건을 동시에 맡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고용노동부가 수사 또는 내사한 500건이 넘는 사건 가운데 검찰로 넘어간 건은 30여건에 불과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2배 가까이 확대되는데 수사 인력은 증원되지 않으면 결국 정원 외의 인력을 무리해서 운용해야 하는 일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고용부의 행정 역량이 수사에 치우쳐 산업재해 예방이나 감독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대재해 수사가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가 법을 위반한 것은 없는지, 재해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세밀하게 파악해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다.
중대재해는 발생할 경우 근로자의 생명을 앗아가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비극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가 현장을 독려하고 계도해 산업재해 예방 역량을 키우는 노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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