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를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이 국내 첫 가동을 시작했다. 고객사 요청에 맞춰 배터리 반제품에 해당하는 전극을 위탁생산하는 것으로 업계 첫 시도되는 모델이다.
JR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음성 용산산업단지 2만4000평 부지에 약 500억원을 투자해 1공장을 완공하고 최근 시운전을 시작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5월 공장을 착공한지 약 8개월 만이다.
500메가와트시(MWh) 규모로 구축된 공장은 총 3개층으로 구성됐다. 3층에 양·음극 활물질 원자재가 입고되면 믹서에 자동 투하되고 2층에서 자동 계량을 한다.
이후 1층 믹서에서 도전재·바인더 등과 배합한 후 슬러리 형태의 소재를 생산라인에 자동으로 투입, 최종 양극판과 음극판을 만든다.
배터리의 핵심 구성 요소인 전극을 만들기까지 소재 배합은 물론 극판 제조를 대신하기 때문에 고객사는 전극을 공급받아 파우치형, 원통형, 각형 등 폼팩터에 따라 원하는 형태로 잘라 조립하고 활성화하는 공정만 진행하면 된다.
전극공정은 전극, 조립, 활성화로 나뉘는 배터리 생산공정 중 가장 앞 단에 해당하는 공정이다.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 수명, 품질 등을 결정하는 공정으로 기술 난도가 높고 투자 비중도 가장 크다.
JR에너지솔루션은 자체 생산라인이 없거나 양산 경험이 부족한 배터리 스타트업, 완성차 업체, 시제품 생산을 원하는 배터리 제조사, 개발한 신소재나 장비에 대한 배터리셀 적용 테스트가 필요한 소재·부품·장비 기업들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배터리 산업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위탁생산' 사업을 준비했다.
JR에너지솔루션은 이미 5개 고객사로부터 구매주문(PO)을 확보한 상태다. 올해만 최소 200억원 이상 매출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회사는 양극재, 음극재, 알루미늄박, 동박 등 주요 소재에 대한 자체 공급망도 구축했다. 또 공장 가동 단계부터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도입, 생산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오덕근 JR에너지솔루션 대표는 “고도화된 장비와 인력으로 전용 공장을 구축해 고품질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다”면서 “많은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스타트업이 자체 배터리 생산을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아웃소싱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JR에너지솔루션은 3공장까지 부지를 확보했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2GWh 규모 2공장 증설을 우선 추진한다. 향후 셀 완제품 위탁생산도 고려하고 있다. e바이크, 건설, 방산, 항공 등 다양한 용도의 배터리 셀 외주생산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 대표는 “단순 외주 업체가 아니라 반도체 업계의 TSMC 같은 전문 파운드리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면서 “배터리셀 개발을 전담하는 팹리스 업체 및 후공정 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배터리 파운드리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