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일 발표한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 중 최우선 과제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이다.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의 국정방향인 '역동경제'를 뒷받침하는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자는 취지다.
기존 공정거래법에서도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독과점 반칙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시대에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후 규율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주요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지정대상으로 선정함으로써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법안의 핵심 골자인 '사전지정제도'가 역동경제를 역행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압도적 소수의 플랫폼'만을 사전에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한다지만 이는 '독과점 남용행위 잠재기업'이라는 낙인효과를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지배적 사업자에서 제외된다고 안심할 수 없다. 낙인이 찍히지 않기 위해 스스로 성장 기회를 포기하다보면 플랫폼 산업을 선도하는 차별화된 혁신 서비스가 불가능해 진다. 무엇보다 민간자율을 존중한다는 현 정부 원칙에도 배치된다.
공정위는 결국 플랫폼법 정부안 공개 시점을 무기한 연기했다. 심지어 '사전지정제도'를 대체할 방안까지 열어 놓고 전문가와 업계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다. 사실상 법안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사전지정대상자부터 비지정자,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부터 최종소비자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정부는 정책의 우선 순위를 잘 정해야한다. 현 정부의 키워드 '역동경제'를 가로막는 법안이라면, 대대적 손질은 불가피하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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