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국내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다. 전기 승용 세단 1종으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서 성능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한 절차로, 국내 전기 승용차 출시가 임박했다. BYD는 지난해 전기트럭을 출시하며 상용차 시장에 먼저 진출했다. GS글로벌과 협력하고 있는 BYD는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엿보고 공략 대상을 일반 소비자로 넓히려는 것이다.
BYD의 한국 사업 확대에 이목이 쏠린다. '중국 자동차 굴기' 선봉에 선 기업이 바로 BYD이기 때문이다. BYD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48만4500여대)보다 4만대 가량 많은 52만6000여대를 팔아, 전기차의 대명사격인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 1위에서 밀려난 건 처음이다.
BYD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동남아시아·유럽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글로벌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독일, 일본을 나란히 제치고 전 세계 자동차 수출 1위 국가가 된 배경에도 BYD가 있다.
BYD가 위협적인 것은 단순히 가격이 싸거나 중국 내수 시장으로만 성장한 기업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전기차 가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며 경쟁력 있는 완성차를 만든다. 배터리도 단순 내재화가 아니라 CATL에 이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전기차 보급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나라가 대응이 늦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보유하고 있다.
BYD의 승용 시장 진출은 가볍게 여길 게 아니다. 중국산에 잠식당한 전기버스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어서다. 현재 우리나라에 운행 중인 전기버스 2대 중 1대는 중국산이다. 안전이 우려되는 중국산 전기차를 누가 타겠냐고 했지만 보다 합리적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중국차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공습을 대비해야 한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차를 싸구려로 치부하는 것은 안방을 그냥 열어주는 것과 다름 없다. BYD처럼 배터리를 내재화한 완성차 기업이 전 세계 몇이나 되는가.
중국의 전기차 굴기가 기업 홀로 이뤄낸 것이 아닌 것처럼, 본격화되는 중국차의 거친 공세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도 중국 차에 밀리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경제 외교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