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DX(디지털 전환)이 기업의 주요 이슈였다면, 올해는 AX(인공지능 전환)이 산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달 열린 'CES 2024'를 휩쓴 것도 AI였다. 현장에서는 “AI로 시작해 AI로 끝났다”, “AI가 전기처럼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AI가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빅테크 기업과 제조업은 물론 뷰티, 가전, 스타트업 등 행사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 다수는 기업 업무 전반에 생성 AI 도입 및 온디바이스 AI의 현실화 등 산업현장 AI 결합을 통한 기업 혁신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HD현대는 AI와 디지털, 로봇 등 첨단기술 결합을 통한 산업현장의 AX 전환을 선보였고 독일 최대 기술기업 지멘스의 롤랜드 부시 회장은 AI와 산업 메타버스를 결합해 제조업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기업 AX 전환의 초석이 되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안정적 통신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5G 특화망은 AI 기술의 발전과 산업 생태계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데 중요한 역할로 주목받고 있으며, 향후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개인고객(B2C) 중심 서비스인 기존 통신망은 커버리지 영역이 넓고 허용된 주파수 자원을 다수가 나누어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성능이나 보안 등에서 약점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5G특화망은 특정 수요처와 서비스를 대상으로 요구 사항에 맞춰 네트워크를 구축 및 확장할 수 있는 전용 주파수를 사용한다. 때문에 통신 서비스 품질이나 데이터 용량과 전송 속도, 솔루션 확장, 총소유비용(TCO) 절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최적의 환경을 구축한다는 장점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5G특화망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들
해외에서는 이미 국내보다 한발 앞서 5G특화망을 도입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제조, 교통, 전력, 교육, 의료, 물류 등 다양한 분야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넓은 면적 제조 시설에 5G특화망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아주 작은 오류나 오차로도 큰 사고가 될 수 있는 환경에서는 기존 통신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지연과 끊김 등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5G특화망이 필수인 것이다.
5G특화망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킨 대표적 기업으로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있다. 미국 5G 특화망 솔루션 공급기업인 셀로나에 따르면 테슬라는 자동차 엔진 및 성능 확인을 위한 주행테스트 진행시, 통신망을 이용해 테스트 중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확인하고 문제점 등을 체크해왔다.
그러나 테스트 차량이 일정 범위를 넘어갈 경우에 발생하는 데이터 지연 및 끊김 현상이나, 대용량 데이터 전송시 낮은 안정성 등 기존 통신망 한계를 체감한 테슬라는 이후 5G특화망을 구축했다. 그 결과 기술의 집중도와 통신 안정성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독일 제조사 보쉬 경우 자사 반도체 공장에 5G특화망을 통해 공장 내 무인 이동로봇과 고정형 제조설비 연결 및 자동화를 통한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했으며, 국영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엔진 원격 검사 서비스에 5G특화망을 구축해 통신요금 문제를 해소했다.
이 밖에도 작업환경 특수성으로 5G특화망을 구축한 사례도 있다. 미국 철강회사 US스틸의 경우 전기를 사용해 금속을 녹이는 전기 아크를 사용한다. 모든 작업이 실내에서 진행됨에도 전기 아크로 인해 통신망 신호가 단절되거나 네트워크가 끊기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연간 약 4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러나 5G특화망을 구축한 뒤에는 문제 발생빈도가 줄어들며, 5개월 만에 투자자본수익률(ROI)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AI기반 디지털 전환을 준비 중인 기업 5G특화망 활용
국내도 기업 5G특화망 활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음5G 주파수를 할당 및 지정 받은 기업과 기관은 작년 한 해 동안 30개로, 2022년 대비 2배이상 늘어났다.
도입 분야 역시 기존에는 제조와 의료, 물류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지난해는 자동차, 조선, 철강 등 14개 분야 54개소로 산업 분야가 확대, 생산성 향상부터 통합관제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말 세종텔레콤에서 진행한 약 100만㎡의 국내 최대 면적의 조선소에 5G특화망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조선소는 제조 환경상 설계부터 용접, 안전관리 등 작업자와 관리자가 3D도면과 동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를 수시로 주고받으며 소통해야 하지만 산업용 와이파이로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 현장의 골리앗 크레인에는 여러대 CCTV를 설치, 기기 효율적 활용과 근로자 안전 등을 위한 관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로 인해 4K영상 기준 매월 414TB 데이터양이 사용되고 있으며 기존 통신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데이터양과 비용으로 인해 CCTV를 SD급 화질로 관제센터에 전송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5G특화망 구축을 통해 원활한 데이터 활용과 비용 부담 없는 통신 환경을 구현했다. 골리앗 크레인에 설치된 여러 대 CCTV를 4K로 관제센터에 전송함으로써 작업 효율과 안전까지 확보했다. 현재는 5G특화망을 활용해 60대 CCTV 영상을 4K화질로 실시간 전송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넓은 면적의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업무소통을 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 시스템도 갖춰, 관리자는 현장에서 태블릿이나 PDA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용량이 큰 3D도면을 다운로드 및 업로드하며 신속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비용 부담 역시 줄었다. 5G특화망 구축 및 운영비, 이에 따른 인건비만 부담하면 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조선 뿐만 아니라 철강, 해운, 화학 등 국내 대규모 제조 시설에 대한 5G 특화망 서비스 표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향후 5G특화망은 건설현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규모 재개발이나 신도시 개발, 철도공사 등을 진행할 경우 현장 작업자들의 통신사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5G특화망이 현장의 통신망 사용 요구를 해결해 줄 수 있다.
나아가 5G특화망은 지속적 동반성장을 위한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에 필수요소다. 기존 통신망이 현장 전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과도한 전력이 사용된다면 5G 특화망은 필요한 만큼의 망을 구축하기에 탄소 배출 저감에도 기여한다. 또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에 주춧돌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정책적 지원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5G 특화망을 활용한 다양한 융합 서비스 확산에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길 바란다.
〈필자〉세종그룹을 설립한 대한민국 기업인이다. 1990년 그룹 모태인 홍승기업을 설립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동아증권(현 NH증권)을 인수해 금융업에 진출한데 이어 2007년에는 EPN, 2011년 온세통신을 인수해 지금의 세종텔레콤으로 합병했다. 통신업 18년 전문가로서 2019년부터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세종텔레콤은 전국 광케이블 자가망을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다. 통신사업과 함께 전기공사, 블록체인, 알뜰폰, 5G특화망 등 '커넥티드 사업 전개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혁신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