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모회사 또는 지주회사가 계열회사에 상표 사용을 허락하고 그에 따른 상표 사용료를 받고 있다. 이 경우 과다한 상표 사용료 지급도 문제되지만, 아예 상표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계열회사로부터 상표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경우의 법인세 문제를 상반된 2개의 대법원 판례를 비교하면서 알아보고자 한다. 특정 회사가 계열회사로부터 상표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경우(이하 상표권자를 특정 회사, 상표사용회사를 계열회사로 칭함) 과세관청은 이를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거래'으로 보아 특정 회사의 익금으로 산입하여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세법상 이러한 익금 산입의 적법성 여부가 쟁점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소개할 판례는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1두30679 판결인데, 이 판결은 과세관청의 법인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보았다.
그 근거는 당해 상표는 패스트푸드업을 하는 계열회사가 오래 전부터 사용하면서 신용을 쌓아왔고, 호텔·리조트업의 특정 회사가 상표권 등록을 한 것은 계열회사의 신용이 화체된 이후인 점, 소비자들은 당해 상표를 계열회사의 상호 내지 상표로 인식하고 있으며, 특정회사가 호텔·리조트 사업에서 쌓은 신용이 계열회사에서 햄버거를 구매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계열회사는 당해 상표를 사용하면서 매년 패스트푸드 분야에서 상당한 광고선전비를 지출한 점 등을 기초로 해서, 특정회사가 당해 상표 가치 형성에 기여한 바가 없는 이상 계열회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상반된 결론의 판례는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8두33005 판결인데, 이 판결은 과세관청의 법인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보았다.
그 근거로서 대법원은 방송업을 하는 특정 회사가 최초로 상표를 개발하여 신용을 쌓아왔고, 특정 회사가 사업활동 및 기업광고 등으로 상표의 가치 향상에 기여한 점, 상표권을 사용하는 계열회사가 운영하는 방송교육업은 방송업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에 계열회사는 상표 사용을 통해서 경제적 이익을 누렸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상반된 두 개의 판례는 공히, 같은 법리가 적용되었는데, 대법원의 법리는 통상의 경우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자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은 것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그 행위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했는지 여부는, 상표권 사용의 법률상·계약상 근거 및 그 내용, 상표권자와 상표 사용자의 관계, 양 당사자가 상표의 개발, 상표 가치의 향상, 유지, 보호 및 활용과 관련해 수행한 기능 및 그 기능을 수행하면서 투여한 자본과 노력 등의 규모, 양 당사자가 수행한 기능이 상표를 통한 수익 창출에 기여하였는지 여부 및 그 정도, 해당 상표에 대한 일반 수요자들의 인식, 그 밖에 상표의 등록.사용을 둘러싼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바,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1두30679 판결은 계열회사의 상표 가치 형성 기여가 매우 크다는 점이 고려되었고,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8두33005 판결은 특정 회사의 상표 가치 형성 기여가 매우 크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결국 상표의 기능을 고려하여 무형적 가치 형성에 기여가 큰 계열회사는 상표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