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력 산업 생태계 복원, 소형모듈원전(SMR)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연구개발(R&D) 고도화, 일감 제공, 금융지원, 세액공제 등 요소별 지원 방안을 마련, 업계가 체감할 수 있도록 이행에 속도를 낸다. 경남 창원시는 원전 파운드리가 집적한 글로벌 'SMR 클러스터'로 육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정부는 22일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 경남'을 주제로 열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원전 중소·중견 기업의 청년 직원, 원자력 전공 대학·대학원생, 지역주민 등 100여명 국민이 함께 원전정책 추진 성과를 점검하고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공유했다.
정부는 창원이 그간 원자력산업의 핵심 도시 역할을 했다고 했다. 창원시는 1982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창원종합기계단지로 입주하면서 국내 최초로 원전 주기기 국산화에 성공했다.
1992년 창원국가산단은 한빛 3·4호기 주기기 제작을 통해 생산액 10조원을 돌파했고 이후 지금까지 국내 모든 원전의 주기기가 이 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원전정책 정상화 노력과 성과를 보고하는 동시에 원전산업 정상화를 넘어 질적 고도화를 통해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발표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민생에 온기를 불어넣는 원전산업' 안건 발표를 통해 “생태계 온기 회복을 넘어 원전산업 질적고도화를 통해 명실상부 원전 최강국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원전 생태계 완전 복원'을 목표로 일감·금융 지원이 투자·R&D 등을 통해 중장기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원자력 R&D는 그간 전체 예산은 증가해 왔지만, 탈원전 기간 해체와 방폐물 관리 등 후행주기 중심으로 확대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산업부는 국내 원자력 R&D를 SMR과 4세대 원전 등 차세대 유망기술을 중심으로 혁신하고 이번 정부 5년간 4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조세특례제한법령상 원전 분야 세액공제 범위도 대폭 확대한다. 현행 조특법령상 세액공제 대상인 신성장·원천기술에 포함된 '대형원전· SMR' 분야 설계기술과 SMR 제조기술의 일부에 더해 대형원전 제조기술을 신규 반영했다. SMR 제조기술 범위도 확대해 원전 기자재 기업의 투자 여력을 확충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중소·중견기업이 대형원전 제작·가공시장을 중심으로 포진한 것을 고려할 때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세제 감면을 받을 수 없던 많은 기업이 실질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는 제도 혁신”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올해에만 원전 산업계에서 1조원 이상의 설비·R&D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는 원전 일감을 확대하는 동시에 업체가 곧바로 대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도 확립했다. 원전일감은 2022년 2조4000억원, 지난해 3조원에서 올해 3조3000억원까지 늘어난다.
계약을 수주하더라도 당장 대금을 받지 못하던 원전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도 시행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한 선금특례 활용도를 높인다. 신한울 3·4호기 보조기기를 공급하는 중소·중견기업은 계약 즉시 계약금 30% 이내 선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선금 신청에 필요한 보증보험의 수수료도 최대 75%까지 지원,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부담을 추가로 낮출 계획이다.
기업은 즉각적 계약 대금의 집행을 희망하지만 기존 선금 제도에선 계약 후 2~3년이 지난 설비 납품 시점에야 받을 수 있다. 업계는 계약을 성사해도 기업은 당장 제작에 착수할 자금이 부족한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이번 특례 시행으로 인해 신한울 3·4호기의 일감은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1조원 이상 차질 없이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기업에 대한 특별금융 프로그램은 지난해 5000억원에서 올해 1조원 규모로 2배 늘렸다. 시중은행을 통한 2~3%대 저금리 융자를 지원하는 1000억원 규모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사업'도 정부 예산사업으로 신설했다.
원전기업 특례보증 규모도 상향한다. 원전 설비 독자 수출에 성공했으나 매출 감소와 수출실적 없음을 사유로 수출보증보험을 발급받지 못해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우려에 '원전수출보증 지원사업'을 올해 예산에 반영, 신규 추진한다.
안덕근 장관은 “에너지안보, 탄소중립, 첨단산업 전력공급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고 관련 산업의 양과 질적 성장을 촉진해 세계 최고의 공급망을 유지, 강화할 것”이라면서 “가능성이 무한한 SMR 시장도 민관이 함께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