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도 없이 체포돼 사형이 선고되면 어떤 기분일까. 필자가 젊을 때엔 가진 것 없어도 미래는 좋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요즘 MZ세대는 어떨까.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나아질 기미가 없다. 지독한 형벌처럼 암울한 미래를 선고받은 세대다.
'꼰대'의 역사를 보자.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 점토판에 새겨진 글이다. 부모에게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악담의 백화점이다. “어디에 갔다 왔느냐? 학교에 가지 않고 빈둥거리는 이유가 뭐냐? 철 좀 들어라. 왜 그렇게 버릇이 없느냐? 선생님을 존경하고 인사를 자주 드려라. 수업이 끝났는데 집에 오지 않고 어딜 돌아다니느냐? 왜 공부하지 않느냐? 자식이 아버지 직업을 물려받는 것은 신이 내린 운명이다. 열심히 공부해 나처럼 공무원이 되어라.” 미래가 발악을 해도 푹푹 빠지기만 하는 거대한 늪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님, 선생님과 회사 부장님 말씀을 잘 들으면 해결될까. 불행히도 거기에 정답은 없다.
MZ세대는 미디어 등 데이터 소비방식도 다르다. 데이터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까. 도피처를 찾는 걸까. 긴 것은 보지 않는다. 짧은 것도 2배속으로 본다. 기승전결, 스토리, 서사 등 기본체계도 싫다. 감각적으로 몰아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나쁜 걸까.
기업은 직원이며 고객인 MZ세대를 연구하고 있다. 트렌드를 찾을 순 있어도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알기 어렵다. 우리의 부모 세대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힘들게 벌어 자식 교육에 모두 썼다. 우리 세대는 어떤가. 경제성장기에 부모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쉽게 성공했다. 우리가 결정하고 실행하면 거의 목표를 이뤘다. 우리가 잘나서 그런 줄 알았다. 부모 말도 듣지 않고 자식에게 이래라 저래라 했다. MZ세대는 어떤가. 부모보다 더 많이 배웠다. 그런데도 일을 찾기 어렵고 성공은 하늘의 별따기다. 자기들 보다 덜 배운 부모세대가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낡은 교과서처럼 읊어대는 것이 싫다. 자식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라. 거기에 꼰대라고 적힌 연락처가 나오면 바로 당신이다.
MZ세대는 부모가 좋다고 하는 공무원, 대기업 등 그 좋은 일자리를 들어가자마자 박차고 나온다. 이유도 다양하다. 더 이상 조직이 개인의 미래를 책임지는 시대가 아니다. 과거엔 대학만 나오면 가르쳐 썼다. 평생직장이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니 그래도 되었다. 지금은 저성장시대다. 사람에 너무 많은 돈을 쓰기 어렵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기계로 단순 반복 업무를 하는 인력을 대체한다. 인공지능(AI)으로 정신활동을 하는 고급인력을 대체한다. 갖춰진 인재를 찾아 쓰면 되고 가치가 다하면 가차없이 내친다. 내게 맞는지, 나를 품어줄 조직인지 1년·2년 정도 겪어보면 알 수 있다. MZ세대가 참지 않고 뛰쳐나가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그러나 당장 자신에게 맞는 미래를 찾을 수 없기에 불안하고 두렵다. 아르바이트, 계약직 근무를 하거나 놀며 활로를 고민한다.
어떻게 봐야 할까. 참고 기다려야 한다. 빈둥거리는 시간이 아니라 저성장시대를 돌파할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이고 발악이다. 부모세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다간 실패한다. 부모세대의 성공경험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시대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 부모세대가 선호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는 각성은 그 자체로 정확한 판단이다. 그러나 거기에 그쳐선 안된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고민하고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다. 고성장, 아날로그로 대변되는 과거와 단절하고 저성장, 디지털시대에 맞는 창의를 찾아야 한다. 시대를 바꾸는 기술과 자신의 삶을 디지털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생각을 두려워하고 다른 생각에 귀를 열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과 소통하고 세상과 교류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저성장, 디지털시대를 돌파할 창의가 잇몸을 드러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