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부터 2038년까지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신규 발전 설비 계획을 담는다. 국가 에너지 대계라는 점에서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최대 현안으로 꼽힌다.
올해는 유독 전기본에 대한 안팎의 관심이 더 뜨겁다. 내용에 담길 신규 원자력 발전 설비의 규모 때문이다. 11차 전기본은 원전 생태계 회복을 선언한 이번 정부의 색채가 오롯이 묻어 나는 사실상 첫 계획이다. 앞서 확정한 10차 전기본은 현 정부가 출범한 뒤 곧바로 수립했다.
정부는 지난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전환 부문 목표치를 상향했다. 이에 따라 무탄소 전원인 원전 확대 필요성이 커졌고 11차 전기본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조절 움직임은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게 주된 관측이다.
관심만큼이나 결과물을 둘러싼 논란도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본의 관전포인트가 원전에 맞춰진 만큼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혼란은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의 부담도 커졌다. 여야는 전기본 내용에 따라 언제든 십자포화를 퍼부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에너지, 시민단체도 이해관계에 따라 단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짙다. 일각에선 결과에 따라선 정권이 바뀌면 전기본도 감사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에너지가 정치 진영화한 현 상황까지 감안하면 전기본 발표 이후 벌어질 갈등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여겨진다.
에너지가 정책의 영역을 넘어서고 전기본이 공룡이 된 지금, 산업부의 어깨가 어느때보다 무거울 것으로 짐작된다. 중립적 전문가 논의를 통해 최적 믹스를 확정하겠지만 이후 벌어질 갈등 해소 또한 당면 과제로 놓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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