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입사 내정자가 갑자기 입사를 철회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현지 기업들은 부모까지 설득해 인재 영입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입사 내정자 부모에게 채용을 허락해달라는 동의서까지 받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오야카쿠'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26일 일본 NHK에 따르면, 일본 취업시장에서는 입사 내정자의 보호자에게 사전 확인을 받는 '오야카쿠'(オヤカク; 親確)라는 신조어가 사용되고 있다. 부모를 뜻하는 '오야'와 확인을 뜻하는 '카쿠'가 합쳐진 말이다.
지난달 일본 취업 정보 사이트 '마이나비'가 올 봄 취업을 앞둔 일본 대학생·대학원생 학부모 85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52%가 자녀가 합격한 기업에서 채용 허락을 구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는 6년 전 조사보다 약 35%p 오른 수치다.
하세가와 요스케 마이나비 연구원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대학생 인구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인재 영입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또 부모와 자식 관계가 이전보다 밀착되면서, 입사 내정자인 자녀들이 이를 보호자에게 상담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사를 정했을 때의 상담 상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1.9%가 부모와 상담한다고 응답했다.
'오야카쿠' 뿐만 아니라, '오야오리'(オヤオリ)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부모 대상의 오리엔테이션'이라는 뜻이다. 입사 내장자의 보호자를 위한 별도의 설명회를 열어 회사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일본의 한 IT 기업은 입사 내정자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업무 내용과 회사 실적의 안정성 등을 적극 어필했다. 또한 임직원이 출근한 평일 전역에 설명회를 열어 실제로 일하 환경을 보여주는 오피스 투어를 열기도 했다.
이 같은 취업 시장의 변화가 불필요한 경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블랙 기업이 '부모에게 미리 설명했다'는 식으로 신입 사원의 의견을 묵살하는 등 악용의 우려도 나온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