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반도체 보조금 전쟁서 뒤처진 한국

박진형 기자
박진형 기자

세계 각국이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펴고 있다. 반도체가 국가 안보를 위한 전략 자산으로 떠오르면서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인도까지 공장 건설에 수조 원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이다. 2022년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확대했지만, 보조금 지원은 아직 관계부처 간 협의 안건에 머물러 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직접 보조금이 매력도가 큰 이유다. 미국 보조금 신청에 예산이 부족할 정도로 기업이 몰리고, TSMC도 최선단 공정 반도체는 자국에서 생산하지만 일본 보조금을 받아 구마모토에 1·2공장을 확정했다. 일본은 해외 기업에 거액을 지원한다는 일부 비판을 감수하면서 TSMC를 유치했다.

다른 대만 업체들도 일본행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자료를 인용해 대만 기업인의 일본 내 공장 설립 문의가 연 1~2회에서 지난해 14회로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연쇄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매력적인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해외 기업 유치는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내 투자를 '기업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 정도로 치부하면 이길 수 없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국가간 경쟁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3년 5557억 달러에서 2030년 1조 달러로 단기간에만 2배 커진다. 수요 증가로 투자는 계속 이어진다. 기업이 한국에 투자해야 할 합리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보조금 지원이 산업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낸다. 하지만 반도체가 '4차산업의 쌀'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빼앗기면 다른 정보기술(IT) 산업에서의 경쟁력도 떨어진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