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호황임에도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 경영지원, 인사, 광고 등 인공지능(AI)과 중복되는 인력이 정리대상이다. 틱톡, 유튜브 등 동영상플랫폼에 해고를 통지받는 과정을 실시간 중계하는 직원의 영상이 애잔하다. 어떻게 해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기계는 자동화를 통해 인간의 단순, 반복 노동을 대체한다. AI는 인간의 정신활동을 모방하기에 고급 두뇌활동을 대체한다. 비싼 돈을 들여 AI를 개발하는 이유다. 기계와 AI가 포위해 사람을 몰아붙이니 대부분의 일자리가 견딜 재간이 없다.
기술과 노동의 관계를 보자. 농경사회에선 트랙터 등 기계를 도입하면서 인간의 관여가 줄기는 했지만, 농경지를 만들고 씨를 뿌리고 재배하고 수확하는데 노동이 필요했다. 산업시대에도 상품 기획, 설계가 끝나면 제조, 유통에선 인간의 노동이 필수였다. 인건비, 복지, 안전 등 비용이 높아지면서 노동은 자동화된 기계로 급격하게 대체됐다. 그러나 금융, 통신 등 새로운 업종의 증가로 그에 맞는 신규 노동이 나타나고 가치가 상승했다.
AI시대는 어떨까. AI를 활용해 신상품을 기획, 설계해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AI 도입 자체에 많은 비용이 든다. AI를 활용한 사업이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다. 시장을 만드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 비용을 건지기 위해 높은 인건비를 지불하는 노동부터 AI로 대체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의사, 변호사, 회계사 같은 고임금 직업이다. 국가마다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제가 달라 접근방법은 다를 수 있다. 미국은 비교적 해고가 자유로워 단순 반복 업무는 기계의 자동화를 통해 대체하고, AI를 활용해 전문적인 업무를 쉽게 대체할 수 있다. 우리나라 등 근로관계법이 발전된 나라는 법령에 의해 허용된 범위 내에서 대체가 이뤄진다. 인력의 재배치,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을 통해 기존 인력을 해소한다.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면서 AI로 노동을 대체해 나간다.
AI시대에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 누군가는 의사보다 간호사가 유리하다고 한다. 의사의 노동은 대부분 질병의 진단과 분석, 치료 등 고임금의 정신활동이므로 AI의 타깃이 되기 쉽다. 간호사의 경우는 정신과 육체활동이 뒤섞여 있기에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다. 이 견해에선 정신과 육체활동이 절묘하게 섞여 있는 직업이 유리하다. 또 다른 누군가는 변화가 심하면서 미묘한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상담업무 등은 대체되기 어렵고, 데이터를 다루거나 데이터로 변환하기 쉬운 직업은 대체되기 쉽다고 한다.
재미있는 의견이다. 그러나 AI에 의해 대체되는 직종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AI도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대략의 방향은 생각해 볼 수 있다. AI의 발전수준, 직종의 특성, 법령의 규제 내용과 수준, 근로관계법의 내용과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 과도기엔 여러 일을 하는 'N잡러'도 많아진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AI는 끊임없이 진화하지만 항상 완벽한 결과를 내놓지는 않는다. AI에 대해 규범적 통제를 하거나 오류, 하자, 불순물을 가려 최종적으로 다듬는 역할을 하는 업무는 대체되기 어렵다. AI시대에도 데이터에서 나올 수 없는 미래를 기획, 설계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 AI가 기존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통제한다면 토마스 에디슨, 일론 머스크 같은 언뜻 보면 황당해 보이는 아이디어가 결코 채택될 수 없다.
그렇다. AI시대엔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가둘 수 없는 비정상적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상에 가려진 '비정상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특이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분출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그런 일자리는 어떤 반대에도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만이 AI의 일자리공습에 맞서 인간과 미래를 지키는 창의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