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 IT서비스 편법 반발
대기업 쏠림 현상 우려도 제기
수천억원 규모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정보시스템 유지관리 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조기에 확대된다. 정부가 2년 단위로 발주하던 사업을 1년으로 단축해 발주하면서 내후년이 아닌 내년부터 사업 발주 형태에 따라 대기업 참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중견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은 700억원 이상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편법을 쓴 것으로, 법 개정 후에는 이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이달 19일 발주 예정인 대전본원과 광주센터 정보시스템 1·2군 운영·유지관리 사업 기간을 1년으로 확정했다. 사업 기간은 지난 1월 1일부터 올해 말까지로 이달 말 사업자를 선정한다.
사업 규모는 대전본원 1·2군 389억6600만원, 287억6500만원과 광주센터 1·2군 257억1500만원, 213억2000만원 등 총 1147억6600만원에 이른다. 관제 등 별도 사업까지 합하면 총 사업 규모는 1400억원 안팎까지 예상된다.
이 사업은 지난 10년간 2개년 단위로 추진돼왔다. 앞서 2022년~2023년 광주센터·대전본원 정보시스템 1·2군 운영·유지관리 사업은 각각 1086억원, 1598억원 등 2년 간 총 2684억원 규모로 추진된 바 있다.
이번에 사업 기간과 예산은 반으로 줄었지만 사업자를 한 번 더 선정할 기회가 생겼다. IT서비스 업계에선 정부가 소프트웨어(SW) 진흥법 개정과 시행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수정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중견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국자원은 지난해 11월 이미 이번 사업 공고를 한 차례 냈다가 같은 달 말 '행정망 마비 사태'가 불거지자 공고를 철회하고, 3달만에 재공고했다”면서 “그 사이에 정부는 행정망 마비 사태 대책 가운데 하나로 700억원 이상 공공 사업에서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국자원이 법 개정과 대기업 참여를 의식하지 않았다면 굳이 사업 기간을 1년으로 축소하거나 3개월여나 지연해서 재공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국자원이 사업을 원래대로 추진했다면, 사업자는 이미 2년짜리 사업을 맡아 수행하고 있어야 한다.
국자원 운영·유지관리 사업은 대기업참여제한 이전에 삼성SDS, SK C&C, LG CNS 등 대형 IT서비스 3사가 번갈아가며 수주해왔다.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도입 이후 사업은 1·2군으로 쪼개졌고 대기업 참여는 막혔다.
중견·중소 IT서비스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SW진흥법 개정 이후에도 사업을 변경하거나 통합해 대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한 중견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업체는 제한적”이라면서 “향후 대기업이 수주에 참여할 경우에는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자원은 예산 문제 때문에 사업 기간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을 의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